전문가의 길은 전문대학원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전문대학원과 관련된 진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IMF와 경제 불황기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에 전문가 시대, 전문 자격증의 시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재의 경우에는 감원이나 구조조정의 한파를 비껴갈 수 있고, 오히려 그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대우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의 상위 선호직종이 소위 ‘사’자 신랑 신부 감으로 손꼽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전문가 자격증은 불황의 한파도 견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지위도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전문 직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상대적으로 정보는 빈약한 경우가 많다. 우선 의사, 법조인 등 전통적 전문인들의 선발 제도가 급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전문 경영인, 약사나 한의사, 국제기구 전문가, 건축 전문가, 학교 교사 등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전문성을 지닌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선, 과거에는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충실하게 학업을 이수해야만 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의 전문가 교육 시스템이 선진국 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우선 전문대학원의 대명사로는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이하 의치전원)을 손꼽을 수 있다. 본래 의사나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6년제 의대/치대에 진학을 해서 의사면허국가시험을 치르면 됐다. 그런데 이제 의대, 치대는 점차 사라지고 이하 의치전원이 대신하는 추세다.

의치전원은 △보편화 단계의 고등교육 체제에 부응 △의학교육의 발전 도모라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한 마디로 다양한 전공을 통해 교양을 쌓고 졸업한 인력 중에서 선발을 해 내실 있는 의학교육을 꾀하자는 취지다. 2003학년도부터 도입됐으며, 구체적 도입 시기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은 대입에서 의예과를 폐지하고, 또 의예과 정원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경우에는 어떨까. 한의학은 본래 의대와 비슷하게 6년제의 한의학과를 통해 신입생을 모집해왔다. 2006년 11월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부산대에 대해 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를 인가하였다.

한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은 △한의학계의 숙원이었던 국립한의학과 설치, △ 교육과 연구개발, 인력양성, 산업화 등 한의학 전반의 발전 계기 마련 △ 기존의 11개 사립대 한의학과가 담당해오던 임상 중심 한의학 체계를 탈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력양성 패러다임 구축 △한·양방 협진체제 구축과 국민 보건의료 서비스 확충 전기 마련 등의 동기로 이뤄졌다. 한·양방 협진체제 구축과 교육 연구에서 협력 가능성 및 한의학 과학화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부산대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설치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약학의 경우에는 2009년부터 기존의 4년제와 달리 6년제로 개편된다. 그래서 2009학년도 대학 신입생의 경우는 약학과로 지원이 불가능하며, 타 전공으로 2학년을 마친 후 3학년 진학시점에서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약학입문자격시험)를 통해 약학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약학대학에서 추가로 4년간 약학 교육을 이수한 후 약사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화제의 중심에 있는 로스쿨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3차로 구성된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을 이수하면 됐다.
그러나 현행 사법시험은 2016년까지 1차 시험이, 2017년까지 2차 시험이 유지가 되며, 이후에는 완전 폐지된다.

대신에 정부는 오랜 진통 끝에 로스쿨로 체제를 개편하기로 하고, 이번 2009학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게 됐다. 선진국 등에 일반화된 로스쿨은 법학 교육의 정상화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학 교육을 통해 학식과 교양을 쌓은 지식인들 중에서 예비법조인을 선발하자는 취지다. 로스쿨 4년을 마친 학생들은 로스쿨 정원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인원을 선발하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을 해야 법조인으로서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요즘은 의사나 판검사만을 전문가로 뽑지는 않는다. 경영 전문인도 엄연한 전문가이고, 기업 간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한 시대인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경영 전문인은 속칭 MBA라 불리는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몇몇 대학에 설치가 돼 있는데, 주로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바탕으로 승진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할 점은 일반대학원의 경영학 전공 과정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국제대학원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 설치가 됐는데, 국제기구에서 활약할 전문가와 해외의 각 지역 전문가 등의 양성에 주력하는 곳이다. 1997년도에 1차로 9개 대학원이 지정된 바 있으며, 최근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장학금 혜택이 풍부하지만, 모든 강의가 영어로 이루어지며, 국제적 감각이 필수다.건축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건축전문대학원 진학도 고려해야 한다.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등의 대학에 설치가 돼있다. 건축전문대학원은 실습이 많이 요구되는 건축의 특성상 스튜디오 작업 등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교육전문대학원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현재 교원양성의 경로는 사범대, 교대, 일반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으로 다원화 돼있다. 그런데 이 체제가 점차 전문대학원으로 바뀔 경우, 교육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