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평생직장’은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개념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임원이나 최고경영자가 될 것을 꿈꾸며 ‘충성’을 다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가혹한 경제난 속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직장인들은 자신이 회사의 ‘영원한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정리’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자 개인들도 더 이상 회사에 대한 의리를 앞세우지 않게 됐다. 보다 나은 조건을 좇아 직장을 옮기는 것을 ‘배신’으로 손가락질 하지 않게 됐고, ‘몸값(연봉)’을 올리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이 일상적인 과제가 됐다. 이런 추세는 서구에서 훨씬 먼저 시작됐지만, 우리 사회도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더 의미 있는 사회로 들어선 셈이다.

개인이 이렇게 직장을 자유롭게 옮겨가며 직업적 성공의 추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의 실력, 즉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실력과 경험을 갖추어야 시장(市場)이 늘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전문성을 일단 직장에 들어간 뒤 현장에서의 훈련과 경험을 통해 쌓아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갈수록 기업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게 되면서, 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교육기관에서 수련을 받고 해당 분야에 진출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법학, 의학, 경영전문대학원 등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지식을 쌓은 인재들이 법과 의료, 경영 등의 훈련을 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세명대에 국내 최초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설립된 것은 언론분야에서도 이 같은 전문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