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당락을 가른다고 하는데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지레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그들만의 리그’라고 제쳐두진 않았는가. 합격생, 그들은 누구일까.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에게 합격의 비결을 들어보자.

최성욱(사회) 입학사정관제 합격생들은 수상경력이 화려해야할 것 같다. ‘스펙’, 얼마나 만들어야 하나.
재연 어떤 상을 몇 개를 탔냐보다 분야가 중요한 것 같다. 수상경력 쌓기에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하면 자연스럽게 잠재력이 돋보일 것이다.

이나 나는 중학교 때부터 국문과를 꿈꿨다. 그럼 무슨 활동을 하든 연관이 된다. 영어 에세이 대회를 나간 경험도 국문과를 진학하기 위한 경험으로, ‘내 것’을 만들 수 있다. 고교 3년간 크고 작은 상이 총 30여개지만 ‘큰 상’은 없다. 한 분야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은별 입학사정관들이 찾는 인재는 전문성보다 얼마나 노력 했는가, 그 안에서 얻은 게 무엇인가인 것 같다. 깨달음의 정도와 수준을 평가한다. 특색을 갖춰야 하고 단순해도 좋으니 배우고 익힌 것이 당락을 좌우한다.

사회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은데.

은별 입학사정관제 합격생 동기들을 보면 성격이 대체로 밝다. 평소에 말이 많고 적극적인데다 자기 꿈이 뚜렷한 건 일반전형 동기생들과 다른 차이다.

이나 스무 살인데 꿈이 뚜렷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국사학과에 진학하려고 하는 친구는 벌써 한국사능력자격시험을 공부하고 있더라. 꿈에 그치지 않고 목표를 찾아가는 게 확실히 다르다. 세간에 입학사정관제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백(뒷배경)으로 대학 들어온 학생’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재연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학생 중 공과대학으로 진학한 친구가 두세 명 있다. 얼마 전에 합격생 간담회에서 이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난 정말 보잘 것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공부에 소홀해지거나 마음이 헤이해질 때면 이 친구들을 만난다. 자극받고 본받고 싶은 친구들이다.

사회 수상경력이 많은데 내신성적도 우수하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상위권 학생들) 아닌가.

은별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평소 자기 실력을 기준으로 대학을 지원한다. 내가 몇 등급쯤 되니까 이 정도 학교는 붙겠지 하고 말이다. 그 대학을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한다. 성적을 전에 보느냐, 후에 보느냐가 관건인데…. 근데 아예 성적이 7~9등급이라면 1차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다.

이나 그렇지도 않다. 내신 7등급인 학생이 한양대 입학사정관 전형 1차에 합격한 경우를 봤다. 사람들은 결국은 공부도 잘하고 스펙 좋은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로 간다고 하는데, 반대로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대외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과목의 내신성적을 참고하는 정도가 아닐까.

재연 내신성적이 높다고 손해볼 건 없으니까, 나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낮다고 좋을 것 없으니, 어느 정도 되는 게 마음 편하다고.

사회 입학사정관제 준비생의 최대 고민은 면접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은별 친구들과 책상에 둘러앉아서 토론을 자주 했다.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서 불안했지만, 나는 안 다녔다. ‘이 대학 아니면 안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장점을 묻다가 단점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떨지 않고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면 된다.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면서 자기 확신이 담긴 진실을 말하는 연습. 근데 이것이 연습으로 가능할까.

이나 맞다. 답변을 사전에 외우거나 배워서 하면 분명히 말이 엉킨다. ‘자기 말’을 하는 학생들은 무슨 질문을 받든 술술 풀어간다. 면접장에 들어서서 말이 꼬이면 끝이다.

재연 면접 연습은 전혀 안했다. 자기 생각을 어떻게 꺼내 놓느냐에 대한 연습은 필요해도 학원을 굳이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웃는 인상이 중요하다. 긴장하지 않고 웃으면서 면접에 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이나 가톨릭대의 경우 개인면접과 토론면접으로 나뉜다. 토론면접은 30분간 3명이 토론한다. 던져진 주제를 두고 세 학생이 의견을 같이하면 면접관들과 토론한다. 예컨대 ‘조기영어교육에 찬반론을 펼치라’는 질문이 주어지면, 일단 30분간 자기의견을 쓴다. 그 종이를 갖고 토론면접에 돌입한다. 우선 토론자 세 명은 서로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셋 중 혼자만 다른 의견이라면 상대적으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의견이 같은 두 학생은 서로 ‘동감한다’는 말밖에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면접관이 ‘학생 두 명은 서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느냐?’라고 물었다. 두 학생이 당황했다.

사회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인가.
은별 유엔FCC(기후변화관련 기구)에 입사해서 기후변화 관련 국제전문가가 되고 싶다. 지금은 국제관계의 원리를 알아가면서 국제기구의 위치와 역할을 배우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도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재연 고교 때 수업 도중에 선생님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방법이 하나가 있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졌다. 답은 ‘스탑!’ 이었다. 아무도 못 맞혔다. 큰 충격이었다. 멈추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토목공학과에 진학한 것도 사회기반시설을 만들 때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토목시설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쓴다고 하면 작가, 수필가, 시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모든 분야의 글을 쓰고 싶다. 다 도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산문이나 수필을 많이 썼다. 요즘엔 기사를 쓰고 작사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여러 분야의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회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재연 경험이 큰 자산이다. 자기 힘으로 삶을 디자인해 가면 된다. 나도 틈틈이 과학대회를 찾아다니며 탄 상금(50만원)으로 고교 3년치 책값을 충당했다. 요즘은 방학기간,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통해 국제적 경험을 많이 쌓는데 나는 이런 거 한 번도 못해봤다. 이런 나도 붙었다.

은별 나도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조금만 찾아보면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나는 영국도 공짜로 다녀왔다. 모의유엔이나 모의WHO 에 공짜로 참여했다.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어려운 집안 형편도 메리트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봉사는 못가지만 ‘나는 이런 것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먹어야한다.

이나 해외봉사는 단기성이다. 이제는 입학사정관들도 다 안다. 그리고 봉사활동 사진이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 봉사활동 증명서가 있는데 왜 따로 사진을 넣어야하나. 사진이 있다는 게 마이너스 요인 아니냐. 이처럼 스펙만 좇다보면 무엇이 본질인지 망각하게 된다. 이 점을 후배들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