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가 단순히 먹고 자는 ‘생활관’의 개념을 벗어던지고, 교양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입생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대학들은 이른바 ‘거주대학’(Residence College)을 통해 주거와 학습을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거주대학은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창의인재교육원’이 시발점이다. 신입생 전원이 일정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생활 상담, 팀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 보딩스쿨(Boarding School) 개념을 도입했다. ‘창의인재교육원’은 신입생들에게 봉사활동, 리더십 훈련, 예체능 동호회 활동, 외국어 교육 등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 1명이 소속 학부 학생 10여명을 나눠 맡아 지도하는 ‘평생지도교수제’와 대학원생이 신입생의 생활상담과 학습활동, 팀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대학원생 멘토링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연세대는 원주 캠퍼스(2007년 도입)에 이어 2010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인천 송도 ‘조인트 유니버시트 캠퍼스’에서 신입생 전원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특히 연세대는 학생들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 어학연수를 졸업 기준(1년)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외국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못한 학생들은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서 1년간 생활하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서강대는 2010년 신설할 파주 캠퍼스를 국제화·특성화 거주대학으로 설계했다. 신입생 전원은 파주 캠퍼스에서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신촌 캠퍼스에서 전공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주거대학에서 교육프로그램은 주로 영어교육과 팀 프로젝트로 짜여있다. 관·학협력 방식을 차용한 경북대 기숙사 ‘향토생활관’과 인재대의 영어기숙사 ‘인제 잉글리시타운’, 경성대 기숙사 등은 기숙사 입주학생 배정시 외국인 학생을 적절하게 안배했다.

책을 빌리거나 논문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드나드는 일이 줄고 있다. 달라진 대학 도서관의 모습을 보면 정보화 시대를 가늠할 수 있다. 도서관의 명칭도 ‘학술정보관’으로 바뀌는 추세다.
도서관 로비에 들어서면 각종 서적 현황과 논문 검색을 위한 컴퓨터, DVD기기 등 멀티미디어 시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로비에 들어서면 130여대의 컴퓨터와 50여석의 노트북 전용 열람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로비 컴퓨터로 비치된 서적의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훑어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뽑아볼 수고로움이 줄었다. 학생들은 디지털화 된 서적과 논문자료들을 자신의 메일이나 USB저장장치에 옮겨 넣는다.

 도서관 독서실에서는 샤프, 연필 긁어가며 공부하는 학생과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학생, 동영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숨소리까지 고요했던(?) 열람실에는 책장 군데군데 세미나실이 들어차 있다. 2003년 개관한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의 경우 서재 사이에 그룹 스터디룸이 자리하고 있다. 책을 뽑아보는 학생과 방음벽에 둘러쳐진 세미나실 안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학생들이 함께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학시절 교내 학술지 편집장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세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학창시절 학과 공부에만 매몰되지 않고, 적극적인 과외 활동을 통해 지금의 ‘오바마 리더십’의 초석을 다졌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유명 인사들도 리더십의 시발점으로 하나같이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꼽는다.

“리더십은 이론이 아니고 실천이다.” 리더십 개발이 강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조직 규모에 관계없이, 미국 대학의 동아리는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리더가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적 리더십’의 실험장이라고 평가 받는다.

한국의 경우 1학년 때부터 학점, 어학, 과제물 등에 매여 지내는 경우가 많아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이 미미한 게 현실이다. 요즘 동아리는 대부분 몇몇의 ‘사람 중심’으로 모여 있을 뿐더러 임원도 한두 명에 불과하다. 학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개발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은 대학 축제나 공연과 같은 각종 이벤트성 사업이나 등록금, 학제개편 등 대학운영 전반에 걸친 현안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터득할 좋은 기회다. 머리로 배우는 지식이 아닌 몸으로 부딪혀 배워나가는 리더십 실험장이 한국 대학에도 많다.

최성욱 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