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에서 돋보이는 학과는 단연 ‘자유전공학부’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의 법학과와 의학과가 없어지면서 인문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자유전공학부로 몰리고 있다.
올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20여개 대학에 달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면서 남는 정원을 흡수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대학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통해 편법적인 법학교육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배려해 기존 법학과의 기본 교과과정을 유지하거나 ‘로스쿨 준비반’임을 공언하는 대학도 있다.

이런 논란 속에도 수시 2-2학기 지원율을 살펴보면 자유전공학부의 출발은 순조롭다. 서울대 수시 2 특기자전형 자유전공학부는 인문계열 11.9 대 1로 평균 경쟁률인 6.94 대 1보다 높았다. 55.20 대 1을 기록한 연세대 일반우수자전형 자유전공은 일반우수자전형 전체 평균 경쟁률(48.81 대 1)보다 높았다.

고려대도 43.63 대 1 경쟁률을 보여 일반 전형 전체 평균 경쟁률인 30.92 대 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51.17 대 1), 경희대(24.68 대 1), 중앙대(38.8 대 1)도 평균 경쟁률을 웃돌았다.자유전공학부는 기존 학부제 보다 전공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과 인문·자연계열 구분을 넘어 학문통섭을 시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기흥 건국대 교무처장(인문학부)은 “과거와 달리 융합·통섭 학문이 새로운 학문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우수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라고 자유전공학부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기본 취지는 같지만 교과과정 운영이나 전공 선택 기간 등을 따져보면 대학마다 차이가 있다.
먼저 별도의 교과과정 없이 모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 수강한 뒤 2~4학년 때 특정 전공을 선택하는 형태다. 건국대, 고려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세대는 자유전공학부생을 대상으로 따로 교과과정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필수 교과목은 개설할 계획이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규범과 비판적 판단’(1학기), ‘논리와 분석적 판단‘(2학기)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 수업은 2시간 강의와 1시간 튜터리얼(개인지도 학습)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대학입장에서도 최우수 그룹이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필수 과목을 정하고 있지만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교과목 선택에 폭넓은 자율을 부여하는 것이 자유전공학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또 하나의 유형은 별도의 교과과정이나 트랙을 마련해 학생들이 진로를 모색하는 데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 그렇다.

경희대는 자유전공학부 내 전공프로그램으로 글로벌 리더, 글로벌 비즈니스, 컨버전스 사이언스를 신설, 학생들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립대는 인재육성 트랙을 통한 전문직 양성을 자유전공학부의 목표로 하고 있다. 2학년으로 진급하는 자유전공학부생은 기존 학과에 마련된 조세법전문가/세무사트랙(세무학과), 공공부문전문인력트랙(행정학과), 공인회계사/금융인재트랙(경영학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과과정은 기초교양·전공·특수교육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학문융합을 가미한 교과과정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양대가 정책과학대학에 신설한 정책학부도 자유전공학부 성격을 띠고 있다. 교과과정은 1학년의 경우는 교양과목과 통섭과목을, 2학년부터는 통섭과목과 기본핵심과목, 선택과목을 적절히 안배해 짤 계획이다.

조태제 한양대 정책과학대학장(법학)은 “마음대로 수업을 수강하고 전공을 선택하게 맡기게 되면 해방감에 젖어 있는 학생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과목내용이나 과목별 배분은 학생들의 수요 조사 등을 거쳐 확정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선 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