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3·4등급에 몰리면서 1점 차이로 당락 좌우 … 무조건 하향 지원은 안 돼

  오는 18일부터 2011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지난 8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 앞에는 이제 세 번의 기회가 남았다. 특히 올해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어려워 수능의 변수가 어느 해보다 클 전망이다. 수능 반영영역이나 비율을 조정하고 모집 군을 바꾸는 등 전형방법에도 변화가 심하다. 지금부터 어떻게 지원 전략을 짜냐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수 있다. 베테랑 진학교사들에게 정시 합격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대교협의 대입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성태제 대교협 사무총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10.11.21

최상위권과 중상위권 확실히 구분

  2011학년도 수능은 지난해보다 문제가 어려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파견교사인 박종필 교사(순천 강남여고)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최상위권의 표준점수 폭이 지난해보다 커지면서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의 변별이 확실히 이뤄졌다”라며 “인문계열은 언어가, 자연계열은 수리 ‘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입시 카페 ‘대입전략’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욱 경북 사곡고 교사는 “외국어와 수리 영역은 거의 1점씩 내려가는 반면 언어영역의 경우 동점자가 많아 표준점수 1점과 백분위 점수가 2점씩 차이 나는 구간이 많다”라며 “특히 수능 백분위 점수를 반영하는 여자대학은 언어영역 비중이 굉장히 높다”라고 조언했다.
학생부 영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  정시에선 수능 비중이 절대적이다. 수능 우선선발이나 수능 100% 전형을 신설하거나 확대한 대학이 많다. 하지만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조효완 은광여고 교사는 “중위권 대학에서는 상대적으로 학생부 등급 간 구분 점수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을 잘 살펴야 한다”라며 “올해는 중위권에 학생들이 항아리 모양으로 많이 몰려 있어 학생부 비중이 큰 대학은 내신에 의해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교사 역시 “각 영역의 등급별 인원수를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증가한 응시인원이 등급별로 고르게 퍼져 있지 않고 대부분 3·4등급에 집중돼 있다”라며 “EBS 문제를 70% 연계하면서 중상위권 수험행이 약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대학 변환표준점수를 반드시 확인하라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수능 점수를 계산할 때 ‘대학 환산점수’를 사용한다. 김동욱 교사는 “수능 성적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산출 공식에 맞춰서 환산점수로 바꾼 다음 지원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특히 “올해 자신의 점수를 지난해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대입해 산출된 점수와 대학 환산점수로 작년의 입시결과와 비교해 봐야 한다”라며 “대학에서는 영역별이 아니라 총점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입시기관에서 발표한 총점 기준 누적 백분위를 꼭 참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상위권은 소신 지원 필요  경쟁률이 올라가면서 올해는 어느 해보다 하향 안정지원 추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조효완 교사는 “점수대별 누적인원을 보면 1점에 1만여명이 몰려있는 경우가 있다. 수능 점수 1점에 의해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대학에서 학과를 낮추려 하지 말고 대학 자체를 낮춰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종필 교사는 “최상위권은 소신 지원이 필요하고, 중하위권은 영역별 가중치,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의 유·불리를 따져 최상의 조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면서도 “무엇보다 학생의 전공적성과 진로를 바탕으로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동욱 교사는 “무조건 하향 지원을 하게 되면 오히려 경쟁률과 합격선이 올라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 가·나군 중에서 하나는 안전 또는 적정 지원을, 하나는 소신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적정 지원은 배치표 상에서 자기 점수보다 한 칸 아래, 안전은 두세 칸 정도 내려간 수준이다.
김 교사는 또 “입시기관의 종이 배치표도 사실 무시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대학 환산점수로 바꿔서 원서를 낸 학생은 종이 배치표상 칸이 조금 올라가고, 환산점수가 반영 안 된 배치표를 보고 원서를 낸 학생은 칸이 조금 내려오기 때문에 둘이 부딪히는 층에서는 배치표를 바탕으로 원서를 낸 학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