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침묵시킨다는 ‘수능’이 끝났다. 고3학생들과 부모님들은 이제 수시모집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대학별 정시모집을 준비하는 초긴장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나는 대학에서 1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들이 전공 선택과정에서 무슨 고민을 하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봐왔다.
전공 선택에 관해 학생들이 마치 실상인 듯 믿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1. ‘입학할 때 자신의 전공과 진로목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신입생들이 입학시 희망전공과 1학년말 실제 선택하는 전공을 비교해보면, 1학년 학생들의 50% 이상이 희망전공을 변경했다. 대학 1학년 기간은 전공탐색기간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다. 대학 입학 후에도 관심 있는 전공에 대한 교과목 수강과 다양한 교과외 활동을 통해 전공과 진로 선택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지속돼야 한다.

2.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전공과 진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은 경영학과 경제학이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실용학문으로서의 경영학과 논리적 접근을 중요시하는 이론적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내용은 물론 학습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혼자 수학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학생에게 조별활동을 중요시하는 경영학과 수업은 피하고 싶은 수업이 되곤 한다.

3. ‘목표에 도달하려면 특정전공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영화관련 학과를 나와야만 하는가. 박찬욱 감독은 철학과, 봉준호 감독은 사회학과 출신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오히려 제작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학생들은 진로에 ‘딱 맞는’ 전공 하나를 고르느라 너무 애를 쓴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이중전공이나 부전공 제도 등을 이용하고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관심과 진로선택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가 있다.

4. ‘한번 선택한 전공은 평생 진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의대, 약대, 이공계 전공 등 진로와 밀접하게 연관된 전공들도 있지만, 인문사회계열 전공들은 진로와의 관련성이 그리 높지 않다. 어문계열 졸업생들만 해도 기자, 피디, 은행, 공기업,  교직, 공직, 국제 업무,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사회에서는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지식 보다 문제해결능력, 발표력, 대인관계능력, 팀워크 등 기본 능력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전공과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아무리 유망한 학과라도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우선 내 안에 있는 ‘나’를 들여다보자. 내가 흥미 있는 일, 밤새워 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 내가 잘하는 일이 무언가?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언가?

한 개인이 어떠한 진로를 선택했을 때 그 분야에서의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인은 적성 부합도이다. 적성수준이 높은 일을 할 때 성취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에 도움이 될 만한 전공을 선택하자.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전공이 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니, 시너지효과를 위해 이중전공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정보, 나에게 적합한 전공인가를 면밀히 따져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확한 정보와 주변의 조언에 귀 기울이되 최종결정은 학생스스로 해야 한다. 자신의 결정이 최상의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때 그 결정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원경 연세대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