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대학과 학과선택의 애로점이다. 어떤 경우이든 합격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지만, 합격만을 목표로 한 경우에는 대부분 불행해진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학과를 선택한 후에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하고 방황한다. 잠깐의 명예를 위해서 이름 있는 대학을 선택하느라고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한다든지 또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서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일이란 자기가 좋아서 해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인생에서 성공도 거둘 수 있다. 학과를 선택할 때에는 어느 학과를 나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보다 내 적성에 맞는 학과가 어떤 것이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단기간의 명예보다는 전체 인생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융합전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의 전공이 세분화되다 보니 너무 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화되고 있다. 그 전공 간 접경지대의 지식을 요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본인의 적성과 장래 목표를 결정한 사람은 융합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어느 전공을 복수전공으로 택할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다.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미리 생각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좋은 대학 진학만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대학 입학 후에 회의를 느끼고 좌절에 빠져 들거나 목표가 달성된 경우 방향감각을 잃고 세월을 보냄으로써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히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이학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순수과학이나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로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어 국가사회에 이바지하고 개인적으로 부를 챙길 생각이 있는 경우에는 공학계열을 택하는 편이 낫다. 물론 이 경우에는 경영학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택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대학 졸업 후에 기업체 취업을 생각하는 경우에는 이학계열 보다 공학계열이 더 유리하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공학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9년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을 만들어 2001년 영남대, 동국대 등 최초의 인증 대학을 출범시켰으며, 현재 전국의 70여 개 대학, 430여 개 프로그램이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ABEEK인증제도를 도입한 대학을 졸업하면 워싱턴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므로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진출 중인 국내기업에 취업하는데 유리하다. 이들 대학에서는 전공교육 강화, 공학에 도움이 되는 교양과목 이수 의무화, 설계교육의 강화 등 학생들의 현장적응력과 창의력 배양 등 교육목표 달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학생, 회사와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끊임없이 교육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인증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고교 때까지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팀워크에 의한 공학설계과제를 많이 수행하게 하므로 일부 학생들은 힘들어 하지만, 이런 경험들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팀워크를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시키고 있기에 사회에 진출해도 팀원 간에 호흡을 맞추는 일이 훨씬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적성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전공(학과)을 결정하고,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신의 목표가 어느 특정 전공에 있지 않는 경우에는 어느 한 전공을 선택한 후 관련되는 다른 전공을 복수(부)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융합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공계 지망자가 순수학문을 하고자 하면 이과계통을, 응용학문을 하고자 하면 공학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학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에게 대학과 학과(전공) 선택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심재진 영남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