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졸업장도 따고, 자격증(면허증 포함)도 딸 수 있는 형태의 자격증을 과정이수자격 혹은 교육연계자격이라고 표현한다. 즉 특정학과와 자격증의 연계성이 높다는 것은 해당 학과선택과 직업선택의 연계성이 높다는 말이다. 예컨대 기자의 경우 전공을 살펴보면 신문방송학과 외에도 국어교육학과, 국문학과, 사회학과 등 다양한 전공자가 나온다. 반면 졸업장도 따고, 자격증도 따는 학과는 학과선택과 동시에 직업선택이 똑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치의예과 졸업장을 따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도서관학과(문헌정보학과)는 사서(또는 사서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일찍 진로선택이 이루어진다면, 전문성을 일찍 갖출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부담도 가질 것이다.

12월 진로선택에 고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담당 선생님을 위해, 졸업장도 따고 자격증도 따는 학과를 인문·사회 계열과 이공계로 구분해 정리했다. 자격증의 경우 국가자격, 민간자격증을 모두 포함할 경우 수천종이 넘는다. 공신력이 없는 자격증도 많기 때문에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국가자격증만을 대상으로 했다.

인문사회계열,  대부분 학과 제한 없어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은 폭넓은 지식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 말은 직무특성상 교육(전공)과 자격증을 연계시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자격증의 종류가 많지 않으며, 교육연계자격(과정이수자격)도 많지 않다. 아울러 다수의 국가 자격증이 특정 교육·훈련을 받으면 수여되는 경우보다 학과제한 등이 없이 필기 또는 서술형 시험검정(test)을 통해 취득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보험계리사, 손해사정사, 보험중개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직업상담사 등 다수의 인문·사회계열의 자격증은 특정학과로 응시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는  포괄적 지식을  요구하는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교육·상담분야의 경우 특정학교, 특정학과, 학점이수 등을 통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대표적인 분야다. 예컨대 초·중등학교 2급 정교사, 특수학교교사, 각종 상담자격증(정신보건상담사, 청소년상담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 사서, 사회복지사, 보육교사와 같이 특정학과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이 부여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사회복지사2급, 정사서2급, 보건교사, 사서교사 등의 경우 학과 졸업 또는 학점취득 후 동시에 자격증이 부여된다. 이러한 자격검정을 무시험자격검정이라고 한다. 무시험검정의 경우 얼핏 보면, 졸업장도 따고 자격증도 따게 되므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시험검정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점의 경우 사실상 자격취득자만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정시험(예: 교원임용시험 등) 또는 채용에서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희망자는 미리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진로·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시험검정의 경우 인력수급의 계획상의 불일치로 인해 인력이 초과 공급될 경우 자격증 취득의 경제적 성과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 이는 자격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즉 ‘자격’의 다른 말은 ‘배제’로, 누군가에게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제기능이 미흡한 자격종목의 경우 자격취득자의 소득성과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 호주의 배관공은 의사에 준하는 높은 소득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배관공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게 해, 배관공이 되고자 하는 다수의 희망자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물론 진로(학과)선택이 금전적 가치로만 판단될 수 없다. 하지만 진로(학과)선택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력공급의 배제가 취업과 소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필자는 이런 측면에서 유망 직업에는 유망 직업이 없다고 본다. 유망 직업으로 다수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다수의 진입희망자가 발생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진입비용이 높아지면서, 소위 말하는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록 진입에 성공할지라도 높은 비용을 지불한 승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의 산업변화 및 노동공급의 변화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많은 상업적 목적으로 쏟아지는 유망직업, 유망자격 및 학과정보, 이색직업 및 이색자격에서 옥석을 구별하는 식견을 가져야 될 것이다.
이공계열의 특징은 머리 외에 손기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은 반복적 숙련(熟練)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흔히 반복적 숙련이 요구될 경우 교육훈련의 연계성이 높아진다. 흔히 의사, 치과의사, 기관사, 항해사 등은 모두 손기술이 요구된다. 즉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손으로 표현해야 된다.

따라서 이·공계열의 경우 인문·사회계열보다 교육연계자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공계열의 또 다른 특성은 직무영역의 구분이 명확하므로, 자격증의 형태로 축적된 숙련(skills)의 가치를 저장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졸업장도 따고 자격증도 딸 수 있는 학과의 상당수는 이·공과계열에 존재한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이 동시에 부여되는 학과는 거의 없다. 대부분 필기·실기 등의 시험검정을 보지만,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보험계리인, 손해사정인 등의 인문·사회계열의 자격시험과 비교해 합격률은 월등히 높다.

이공계열 자격증 합격률이 높은 이유

이는 대학 등의 교육기관 및 전문훈련기관 등을 통해 직업수행자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직무능력을 응시자격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높은 합격률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 계열의 대표적인 교육연계학과는 의예과, 치의예과, 약학과, 한의예과,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등의 보건의료분야와 항공운항과, 항공조정과, 철도관련학과, 해양관련학과 등의 운전·운송관련 분야다. 이들 학과의 특징은 국민의 생명·건강·안전과 직결된 분야에 교육연계자격증이 많다.

12월이 되면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과선택, 진로선택을 고민 속에서 진로상담, 인터넷 검색, 심지어는 점성술에 의존해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필자는 학과(진로)선택에서 고민하는 많은 수험자, 학부모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통계’ 및 ‘논문·전문보고서’ 등의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권하고 싶다. 끝으로 과거는 히스토리(history)이며, 미래는 미스터리(mystery)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바꾸는 것은 현재 선택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위원 

성균관대에서 박사를 했다. 자격제도, 직업훈련, 직업정보 분야에 관심이 많다. 주요 저서로는 『발빠르게 취업하기, 성공하는 창업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