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중원대를 두 번 다녀왔다. 지난해 3월 개교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던 2008년 9월에 처음 이 곳을 찾았다. 처음엔 ‘이런 대학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최고급 대리석으로 지은 웅장한 건물과 각종 편의·복지시설, 골프장으로 둘러싸인 캠퍼스 등 독특한 캠퍼스 시설에 놀랐다.
개교한지 2년이 다 돼 가는 2010년 12월1일. 다시 이곳을 찾았다. 개교 당시에 강조했던 ‘명품교육’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있는 대학도 구조조정을 통해 줄이는 판에 신설 대학이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는가는 기자에게도 관심사였다. 그런데 홍기형 중원대 총장은 “어렵고 힘들다”는 말부터 던졌다. 무엇이 그렇게 어렵고 힘들까.

주입식·암기식 지식학습 탈피

홍 총장의 새로운 교육은 ‘무시험 학업평가’에서 시작된다. 언뜻 보면, 시험도 없이 어떻게 성적을 매기고 공부를 할까 싶었는데, 한국의 교육관행을 뿌리째 흔들고 있었다. 주입식 지식학습과 암기식 공부가 아닌 토론식 수업, 분임토의, 그룹발표 등 배움의 과정 전반을 평가하는 혁신을 일궈내고 있었다.

무시험 평가는 대학교육의 획기적인 전환을 위한 시도다. 단순히 시험에 의존하지 않고, 수업참여도, 태도, 토론 적극성, 과제 성실도 등 학업과정의 전반을 평가해 학업성취도를 점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시험 평가’는 교수와 학생이 밀착한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중원대가 최고 수준의 캠퍼스 환경을 구축해 놓고 완벽한 복지시설을 갖춘 이유다. 학생도 교수도 머물고 싶은 환경이어야 ‘밀착된’ 교류와 소통이 가능할 것이고, 언제 어디서나 묻고 답하는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을 위해 복지·편의시설을 갖춘 완벽한 ‘대학도시’를 구현했다. 전교생을 수용하는 원룸형 친환경 기숙사는 물론, 학생 스터디룸, 동아리룸, 잉글리시 북 앤 펀 카페, 서점, 보건진료실, 미용실, 노래방, 식물원, 국제규격의 잔디 축구장, 휘트니스클럽, 실내 골프장, 당구장, 1천여 평 규모의 스파, 국제대회 규격의 실내 수영장 및 야외 풀장 등 어느 대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최상의 시설이 구비돼 있다. 교수들도 함께 자고 먹고 생활한다.

무엇보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생활 속에서 밀착해서 가르치고 토론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무시험 학업평가’는 가능하지도 않고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학생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험범위 내에서 일정한 시험패턴을 고려해 암기식으로 공부하면 편하다. 그동안 그렇게 공부해 왔다.

“신설대학이라 새로운 시도 가능”

이런 한국교육의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지난 2년 동안, 홍기형 총장이 매달린 일이다. 제대로 된 대학교육을 한 번 해보자는 시도였다. “힘들고 어렵고, 지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이제 설립한지 2년을 넘긴 신설대학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새로운 대학교육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홍기형 총장은 “고교 졸업생의 84%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다. 대학교육은 이제 국민보통교육이다. 더 이상 엘리트 교육이 아니다”라며 “엘리트 교육시대의 교수법과 평가법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새로운 교육시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원대는 대학제도의 틀을 깨는 또 한 번의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3+1 제도다. 정규교육과정은 3년만 하고, 나머지 1년은 자율 학습과정에 가깝다. 전공과 연계된 기업체의 인턴십부터 해외 어학연수, 해외 배낭여행 등 좀 더 생생한 ‘사회와 마주보기’를 익힌다. 이런 시도가 가능한 이유도 지도교수와의 면밀한 교류가 바탕이 돼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중원대의 진면목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대학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골프장과 스파가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됐다.
중원대의 차별성과 특성화는 최고 수준의 캠퍼스 환경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제대로 된 교육모델이다. 기숙형 대학의 사제동행을 통한 ‘무시험’ 교육 말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 중원대, 신입생 이렇게 뽑는다 : 의료보건학부 신설…교육투자비 전국 3위

중원대(총장 홍기형)는 재단의 든든한 재정지원이 특별한 곳이다. 2009년 전국 대학의 결산을 분석한 결과, 학생 1인당 ‘교육 투자비’는 가천의과대, 포스텍에 이어 중원대가 3번째로 많았고,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
중원대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모두 입학금과 신입학년도 기숙사비를 면제해 준다. 생활관운영위원회에서 선발된 학생은 기숙사비를 계속 면제한다. 중원대 재학생의 46%가 장학혜택을 받고 있다.

정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하고 수능 영역 중 3개 영역이 1.0등급인 학생은 4년간 등록금 전액을 면제 받는다. 해외 연수 지원은 물론, 해외 연구소와 해외 대학원 또는 본교 대학원 진학시에는 학비 전액을 지원한다. 수능 영역 중 3개 영역이 2등급인 학생은 4년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고 대학원 진학시 학비 반액을 지원받는다. 수능영역 중 3개 영역이 3등급인 학생은 신입학년도 등록금 전액을 면제한다.

재학 중에도 장학금이 쏟아진다. 전공별로 상위 10%이내에 들면 해당학기 등록금 전액을 면제하고, 상위 20% 이내에 들면 등록금 반액을 면제한다. 토익성적이 800점을 넘으면 50만원의 장학금을, 900점을 넘으면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2011년엔 의료보건학부가 신설됐다. 간호학, 작업치료학, 의료정보행정학 3개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모집단위는 의료보건학부와 함께 의료공학부, 한방산업학부, 에너지자원공학부, IT공학부, 스포츠과학부, 사회과학부, 국제비지니스학부로 나뉜다.

입학전형을 살펴보면, 정시모집 일반전형의 경우, ‘가’군은 수능성적 70%, 학생부 성적 30%를 평가하고, ‘다’군은 수능성적 100%를 평가한다. 수능시험에서 언어, 외국어, 수리, 탐구 중 3개 영역 이상 응시한자일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 일반전형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은 수능 4개 영역 중 1개 영역 이상 3.0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