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에 서울 대광고등학교(교장 변희주)를 찾았다. 학교 운동장엔 막 점심식사를 마치고 운동하러 나온 학생들로 가득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지 며칠 안 돼서인지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대광고에 특별한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이 있다기에 홍상기 진학지도부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홍 선생님 뒤를 따라 찾은 곳은 1학년 교무실. ‘왜 고3 교무실이 아니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홍 선생님이 커다란 서랍장을 연다. 서랍장 안에는 학생 하나 하나의 이름이 쓰여진 파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알고 보니 그 파일들은 고1 학생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X 파일’이다. 대광고는 올해부터 동대문구청에서 지원을 받아 입학사정관 2명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해 350여명의 특기와 적성을 파악했고, 이들의 교내외 활동 결과를 모아 학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홍상기 선생님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일찍부터 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1때부터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 목표를 미리 찾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1학년부터 기록하기 시작한 자료들이 3년간 쌓이면 학생별 포트폴리오는 고교생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장미정 입학사정관 선생님은 “1학년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못 한 상태”라며 “진로·진학 상담활동을 통해 학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이끄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시킬 수 있고, 여기에 맞는 고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열어봤다. 진로·진학 상담결과와 학생 스스로 적은 자신의 꿈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모의고사 결과를 비롯해 진로탐색 테스트 결과, 학교생활 중에 받은 상장도 모아놓았다.
학교성적에 맞는 입학전형을 미리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모의고사, 정기시험 결과 등을 분석해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고 적합한 전형에 일찌감치 대비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이 끝난 후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 이렇다 보니 입학 이후에 자신의 진로와 맞지 않아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홍 선생님은 “적성과 관계없는 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가서도 방황하거나 진로를 바꾸는 일을 많이 봤다”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좀 더 일찍 갖는다면 그만큼 고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면서 고교생활을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3학년에 올라와 갑자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연한 게 사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대학에 진학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미리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진로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광고의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의 방향이다. 

장 선생님은 “1년에 한번씩 ‘자기소개서’를 써보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고교활동에 대한 기록을 그때그때 남기는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두 선생님은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들은 결국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다. 내신관리를 바탕으로 독서와 자기계발, 봉사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 기록을 남긴다면 대입 준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인생목표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