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수능 마치고 심심한 고딩들! 운전면허나 다이어트 할 생각만 하지 말고 고전과 한판 신나게 놀아보는 건 어때? 지금 벌써 고전이란 말만 듣고도 잠이 오고, 지루해 하는 너희의 선입견을 이 언니가 팍팍 없애주겠어. 어어, 여기까지 읽다말고 책장 넘기려는 고딩!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나이 많은 사람 소원하나 들어준다 치고 우리 함께 고전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자고. 고고~고고~

고전 하면 너네는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라? 구닥다리에 불면증 치료용으로나 쓰일 것 같은 머리 아픈 책? 혹은 잠잘 때 베개 대용으로 쓰이는 두껍고 판판한 책? 물론 이런 마음이야 언니도 다 이해하지. 고전을 읽으면 좋다는 건 엄마랑 선생님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원래 몸에 좋은 건 맛도 없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에 난감하게도 이 녀석이 떡하니 포함되어 있는 거지. 헐~.

“한 권의 고전으로도 인생 바뀔 수 있어”

하지만 이 고전이란 녀석 말이야,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는 놈이거든. 고전이라고 어려운 것들만 죽 늘어놓고 작가가 나 똑똑하다고 뻐기는 게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사람들이 읽을 만 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바로 고전이 되는 거야. 바로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들이지.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 이승기와 신민아의 사랑이 너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고전 역시 마찬가지야. 우리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것, 그게 바로 고전이 갖고 있는 힘이거든. 이게 어떻게 같냐고? 이거 속고만 살았나.

고전 평론가 고미숙은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이 교양의 터득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추구에 있다면 단 한 권의 고전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어. 봐! 이 유명한 평론가도 지식으로서의 고전이 아니라 재미와 삶의 연장선에서 고전을 봐야만 그 참맛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잖아. 이쯤이면 고전 읽으면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하는 얘들 꼭 한 두 명씩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뭣도 모르고 하는 말씀. 연세대 경영대 박상용 교수는 “고전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길러야 창조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거야. 논술이나 시험 때문에 읽어야 하는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책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고전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고전이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이 녀석을 우선 우리 삶 속으로 가지고 들어가 보자고. 시작이 반이라고들 하잖아.

고전에 대한 편견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전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볼까? 하지만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고전 읽기를 시도하다가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책장 때문에 처음엔 당황하게 되고, 결국 나중에는 독서를 그만둬버린 기억하나쯤은 너희에게도 있을 테니까. 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준비운동인데, 먼저 고전을 내 삶 속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거야. 바로 내 삶과의 연관성을 찾는 거지. 말은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별거 아니라는 거~. 쉽게 생각하자 이거야. 너네 윤리 시간에 인(仁)이 어떻고, 의(義)가 어쩌고 배운 적 있지? 그 인, 의, 예가 바로 공자의 『논어』에서 나온 말이거든. 그럼 벌써 너희 삶은 논어라는 고전과 연관성을 맺고 있는 거지. 이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전들이 너네 삶 속에 이미 들어있다는 거야. 몰랐거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물론 이 연관성이라는 게 단순히 고전과 나 사이의 공통점 찾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아까도 말했지만 결국 고전을 읽는 이유는 재미에 있어야 하니까 말이야. 이 재미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어. 마이클 더다의 말처럼 위대한 책들은 “우리의 느낌과 약점에 호소해 왔고, 우리의 인간적인 백일몽과 혼란에 동참”하기 때문이지. 근데 말 참 어렵게 한다, 그치? 쉽게 말하자면 고전에는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는 거지. 베르테르가 가슴 아픈 사랑 끝에 선택한 자살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아픔으로 통하는 감정인 거지.『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되자, 실제로 베르테르와 똑같은 방법으로 모방 자살을 한 남자들이 상당했었어. 이 사실만으로도 고전이 갖고 있는 감정의 공유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물론 사랑 말고도 공포나 충격,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자극하는 고전들이 한 보따리 기다리고 있으니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거야.

다음 준비운동은 연관성 찾기가 어려울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야. 앞서 말한 방법으로 고전읽기를 시작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도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단 말이지.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고전 입문서들이 수두룩하거든. 이 고전 입문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준비운동이라 할 수 있지. 문제는 입문서가 많은 만큼 좋은 입문서를 고르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솔직히 이 언니만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너네가 여기까지 잘 따라와 줬으니 기분이다! 특별히 너희에게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 몇 개 살짝 알려줄께.

달콤 쌉싸름한 ‘고전입문서’

먼저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이야. 유머러스한 작가 소개와 선별된 작품의 인용문을 통해 고전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이지. 작품들의 매력을 느끼는 데 좋은 책이니까 고전과 거리를 팍 좁히고 싶다면 선택해도 좋을거야. 다음은 수전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인데, 상세한 가이드북 같은 책으로 고전 독서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본격적인 독서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거 나쁘지 않아.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인데, 고전을 쉽게 풀어쓴 책으로 고전을 자신의 인생과 연계시키면서 해석해 나가는 특징이 있지. 

어때, 언니 믿고 따라온 보람은 있었지? 고전 그거 별거 아니다! 하지만 읽고, 고전 그거 별거라고 변했으면 이 언니도 보람이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러니까 나중에 라면받침대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방학 때는 꼭 고전과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어. 말이 너무 많았다. 자, 이제 잔소리 그만하고 우리 고전 읽으러 가자! 

김정화·문화평론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근대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여성적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고전과 영화를 접목하는 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