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교육학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들이 내년 봄 새롭게 대학 신입생이 됩니다. 혹한의 겨울바람을 맞아가면서 이 어린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일은, 학생 개개인으로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런 고사를 하나 인용하고싶습니다. 중국 제나라 사상가였던 고자(告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琸駝傳)’입니다. 곽탁타는 곱사병을 앓아 허리가 굽어진 인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굽은 허리가 낙타를 닮았다 해서 ‘탁타’라고 불렀지요.

그의 직업은 나무 심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어도 죽지 않고, 어떤 나무보다도 잘 자라고 열매도 실하게 맺습니다. 그런 탁타의 나무심기를 많은 사람들이 엿보고 그대로 따라하지만, 나무들은 잘 자라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물음에 탁타는 대답합니다. 나무가 오래 살고 열매를 많이 맺게 하는 특별한 비결,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나무의 본성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할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처음의 흙을 원하고, 그 흙을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 탁타가 생각하는 나무의 본성입니다.

다른 사람은 어떠했을까요. 뿌리를 접히게 심고 흙을 바꾸며, 흙 북돋는 것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합니다. 사랑이 지나치기도 하고, 근심을 너무 많이 해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또 와서 만지며, 갔다가 다시 돌아와 살핍니다. 심한 사람은 뿌리를 흔들어 보고 잘 다져졌는지 알아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는 본성을 잃어가게 되고,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결국 나무를 해치게 됩니다.

오늘 새롭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이 혹시 곽탁타가 지적했던, 바로 그 환경이 아닐까요? 학생들의 본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사랑과 관심에서 오히려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대학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교수님들과 함께 교수신문이 새롭게 대학입시전문지 ‘대나무’를 만든 것도 이런 까닭에서입니다. 구조화된 서열, 줄세우기식 대학입학 안내가 아니라, 학생들 하나하나가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화음(和音)이고, 뿌리 깊게 자라는 나무라는 사실을 조금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이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규모가 크든, 작든 내실 있고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본성을 발휘할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 진학상담선생님들에게 충분히,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21세기 전문가의 시대를 이미 많은 대학들은 치열하게 준비해오고 있었습니다. 간판이 아니라 실력을 제대로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대학이야말로, 세계화시대 경쟁력의 원동력입니다.

그런 대학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연결해주는 일, 그것이 ‘대나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저의 열망이자, 뜻을 함께 하는 교수님들의 생각은, ‘대나무’가 자신의 노력과 성실, 남다른 열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패기 있게 도약하고자 하는 이 나라 젊은 학생들의 올바른 대학과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나아가 땅에 심은 나무가 바르게 자라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고대하는 곽탁타와 같은 이 땅의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빛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감히 그런 자부심으로 ‘대나무’를 내놓습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대학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지면 곳곳에 스며들어와 함께 호흡한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