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모습. 해외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은 좋은 롤모델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세계지도를 펴보니 22개국이나 아랍어를 쓰고 있었죠. 대학교 1학년 때 통역대학원, 유학 진학을 결정했고 현재까지 그대로 하고 있어요.”

(2007.10 <교수신문> 인터뷰 중)국내에서 몇 안 되는 중동지역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서 교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중동지역 전문가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앙일보에서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하는 등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갔다.

해외전문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아랍, 남미, 아프리카 등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면 여기저기서 나의 도움을 원하는 이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해외에서 나를 부른다.” 해외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멋진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 중 대부분은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열 손가락 안에 꼽는 나라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생소한 국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전문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 대한 해외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하고 미개척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해외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학문의 다양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대세가 아닌 소신을 택해 유학한 교수들은 해외전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종문 부산외대 교수(러시아·인도통상학부)의 말을 들어보자. 이 교수는 국제경제관계, 러시아경제를 전공하고 러시아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러시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을 보면 정치, 어문학 전공자는 많은데 경제분야는 전국에서 10명이 채 안 된다. 러시아가 4강국 중 한 곳이고,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인 반면에 관련 연구가 부족해 아쉽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 분야 전공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소리다. 

미국 신경 쓰기도 벅찬 상황에서 생소한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냐고? 어떤 나라든 전문가는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을 떠올려보자. 당시 외교통상부에 아프가니스탄 정세에 정통한 관료가 없어서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국가를 보면 더 놀랄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처음 들어보는 나라가 있다는 데 놀라고 여기에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는데 또 한 번 놀란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1천개가 넘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레바논, 베네수엘라에도 각각 2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해당 국가의 경제 환경은 물론 그 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에 적절한지 언어에서부터 문화적인 차이까지 상세히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틈새시장이 활짝 열려 있다.

대학에서도 해외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정 어문학 관련 학과나 지역학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도 있다. 명지대에는 아랍지역학과가 있고, 조선대에는 아랍어과, 러시아어과가 있다. 한국외대에는 아제르바이잔어과가 있다.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학과보다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 해외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좁다. 세계로 가자. 해외전문가가 돼서 세계적으로 활약해 보자.

김유정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