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8개월, 수험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금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자신의 공부법이 옳은지, 자신의 시간활용도는 효율적인지 등등 모든 게 좌불안석이다. 주변 친구들의 공부법을 듣다보면 그게 옳은 것 같고, 또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에 대한 너무 잦은 청취는 위축을 불러 올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이 상황을 서울 대광고 이일권 교사는 ‘너 자신을 알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격언과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라는 격언에 매우 실질적인 내용이 내포돼 있다고 조언한다. 이 교사가 격언을 예로 들면서 조언하는 전제는 간단명료하다. “고3 개학 시기면 자신의 성적에 따른 목표대학과 입시전략은 거의 정해졌다”는 상황과 “어떤 상황에서도 꿈과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출발한다.

 고3 시점에는 큰 전략보다는 구체적인 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전술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내 등급에 맞는 공부법’과 ‘꿈과 목표가 실린 시간관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전술의 핵심은 내 등급에 맞는 공부법 중 목표대학을 합격하기 위해 “가장 긴요하고 절실한 과목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내 등급에 맞는 공부법’을 찾은 적절한 사례가 있다. 사회과학대학을 목표로 두고 입시를 준비하던 김영욱 군은 고2때 3등급을 받은 언어영역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1~2등급을 받는 친구들의 공부법을 따라도 해봤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문제집도 수차례 풀어봤다. 그러나 등급을 올리는 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해가 가지 않는 지문을 두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토론까지 이어진 적이 있었다. 토론에서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이후 김군은 짧은 지문이라도 친구들과 객관적이고 다양한 토론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연습을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문제의 접근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을 늘 느껴 친구들은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고 사고하는지를 엿보기 위한 취지였었다. 그 방법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수능에서 언어영역은 물론 다른 영역에도 점수가 크게 오르는 시너지 효과까지 봤다. 김군은 이 때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내게도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이해를 하는 방법도 내 수준에 적절한 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한다.
 또한 대부분 선생님이 수리영역의 오답노트는 필수라고 말한다. 그러나 간호학과를 지원해 합격한 송지원양은 오답노트 대신 문제집과 교과서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이 과정을 남겼다. 깔끔하게 정리할 자신도 없었고 자신의 수리영역의 가장 큰 난제는 “왜 틀렸냐?”는 오답노트의 필요성 보다 “답을 내기 위한 문제의 이해부터가 되지 않는 것”이 더 큰 과제였다. 결국 “수리도 독해가 돼야한다”라는 수리영역의 기초에서 다시 접근했다. 송지원양의 당시 수리영역 등급 정도면 대부분 포기상태로 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송양의 지원학과 특성상 수리영역 점수가 중위권 정도 이상의 등급은 나와야 하는 절대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오답노트 대신 문제의 독해를 위해 틀린 문제의 유형과 비슷한 문제를 계속 풀었다. 특히 수리영역을 공부하는 시간대가 오후 2~5시 사이가 가장 잘되는 것 같아 가급적 그 시간대에 수리영역의 문제풀이에 몰두했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15개 이상은 풀었고, 최근 5년간 출제됐던 유사 유형의 문제를 나름 분석하여 유사문제의 조합을 달리하는 데 익숙하도록 했다. 또한 선생님에게는 해당문제의 출제의도를 물어 문제의 맥을 더 이해하려 애썼다. 
그 결과 송양은 2학년 겨울방학 1월부터 시작한 이 방법이 어느새 어떤 문제가 나와도 우선 자신이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송양은 자신이 목표로 했던 3등급을 뛰어넘는 2등급을 받았다. 김영욱 군과 송지원양의 사례는 이일권 교사의 조언 중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을 자신의 취약 과목에 최대한 대입해 ‘내 등급에 맞는 공부법’의 솔루션을 찾은 경우이다.

   두 번째로 언급된 구체적인 전술로 추천된 테마 ‘꿈과 목표가 실린 시간관리’의 핵심은 ‘목표 설정’과 ‘나쁜 습관의 발견’에 방점을 찍는다.
 시간관리 컨설턴트며 수원지방법원 상담위원 유성은씨는 “산만한 행동은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부법에도 나타난다. 공부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또 다른 과목을 붙잡는다.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도 성과는 없는 자기만족으로 이어지기 일쑤”라며 “공부할 때의 집중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목에 대한 일정 성과가 나올 때까지 매달리는 끈질김은 성과가 성과를 부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공부를 마친 과목에 대해서는 바로바로 공부성과를 요약해 다음에 다시 그 과목을 접할 땐 요약된 내용을 먼저 보고 공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인 시간관리 방법이라고 적극 권장한다.

 이외에도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행동,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등 시간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 또한 시간관리의 1차 목표”로 꼽는다. 그는 학생들이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신의 비전과 목표가 실리지 않은 시간관리는 ‘목적지 항구도 모른 채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와 같은 꼴’이라고 비유한다.

 따라서 자신의 비전, 목표와 연관된 현실적이고 측정 가능한 계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것이다. 가령, ‘4시부터 6시까지 수학문제 풀기’라고 계획을 세우지 말고 하루에 해야 할 정확한 분량, ‘몇 문제’, ‘함수와 방정식 단원 몇 문제풀기’ 등으로 구체적인 하루 과제설정 중심으로 한 시간관리만이 고3 시간을 제대로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권유한다. 특히 이러한 시간중심보다 과제중심의 시간관리 계획은 가급적 당일 공부를 마치고 바로 내일 실행계획을 짜는 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또한 공부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왜 지키지 못했는지를 기록해 자신의 공부량, 최근 자신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을 파악하는 점검은 열차가 달리는 정기적으로 레일을 점검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등급에 맞는 공부법’, ‘꿈이 실린 시간관리’는 고3 이라는 험난한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 지참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