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 꿈과 목표가 실린 시간관리 '자기학습플래너'

  최광현 군(19)에게 ‘자기학습 플래너’(ISP)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그가 대견해 보였다. 더욱이 사교육으로 얼룩지고 누덕이 질대로 진 대한민국 입시정책의 현주소와 최 군의 자기학습 플래너 공부법을 대비하니 그가 입시 정책당국자에게 제대로 펀치를 날린 통쾌함마저 들었다.
 최 군은 올해 수시전형으로 경희대 행정학과에 합격했다. 오직 ‘자기학습 플래너’라는 ‘시간이 쓰여질 계획을 미리 정하고, 그날 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반드시 복습과 연관된 문제를 푼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방법이 큰 축이었으며 굳이 하나를 더 꼽으라면 그에게 유일한 사교육이었던 EBS 강의 시청이 전부였다.

  이 대목에서 그렇게 공부한 최 군의 성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3년간 주요과목 내신성적은 1.3 등급, 인문계 전체 430명중 3등을 벗어난 본 적이 없다. 상위 2% 학생에게 수여되는 교과우수상을 매학기 받았다. 지난해에는 학업우수자로 뽑혀 경기도교육감 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경희대 입학사정관제 ‘오토피아 인재전형’ 선발에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냈다.
 포트폴리오는 그가 지난 3년간 ‘계획한 시간을 어떻게 공부에 투자 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여러 권의 ‘자기학습 플래너’ 노트와 학습 프린트 등 심화반 학습자료, 교내외 봉사활동 자료 등등을 챙겨 냈다. 그가 제출한 여러 흔적 중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띤 것은 단연 3년간 그의 성실성을 볼 수 있는 ‘자기학습 플래너’ 노트였다. 지난 11월 18일 수학능력 시험 일주일 전에 대학 측으로부터 통보가 왔다. 당연히 합격이었다. 거기다가 한 학기 학점 3.7 이상만 유지하면 4년간 내내 장학금을 받는 ‘학생맞춤형장학금’ 대상자까지 됐다.

 최 군의 ‘자기학습 플래너’를 좀 더 상세히 들여볼 필요가 있다. 그는 3년의 시간을 알뜰하게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 가운데 신입생 1학년 수업 첫날부터 다른 학생보다 1시간 일찍 등교했다. 마침 그의 모교 부천 원종고에서 ‘자기학습 플래너’라는 노트를 한 권씩 나눠 줬다. 펼쳐보니 그날그날 공부할 과목과 분량, 공부 분배시간을 욕심 부리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구성돼 있었다. 또한 취침 전에는 그날의 학습일기를 써가며 학습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날의 학습에 관한 반성과 내일의 목표를 꼭 챙기도록 구분해 놓았다.
 최 군은 그 노트 구성대로 꾸준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음날도 그는 1시간 일찍 등교했다. 등교 후 30분간은 그날의 학습계획을 짜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의 등교가 남보다 빨랐던 것도 그 날의 세밀한 학습계획과 수업 분위기를 조금 먼저 갖추려는 그의 진지한 학업자세에서 비롯됐다. 최 군은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많았어요. 자칫 많은 시간을 잘못 활용하면 최악의 상태가 된다는 것을 늘 유념했죠.”
  매일 자기학습 플래너 노트에는 오전 학교생활의 계획에는 수업시간의 집중도는 물론이려니와 쉬는 시간에 영어단어 암기, 수학 소단원 문제풀기 등 자투리 시간마저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어 수업종료 후 오후 6시 40분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 시간부터 취침 전까지 공부해야 할 과목과 교재, 분량, 공부시간을 꼼꼼히 적었다.           

  지난해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전이 8월 30일에 작성한 그의 학습 플래너에는 ‘오후 6시 40분~언어 문학 정리집 복습’, ‘7시 50분~수리확률과 통계공식 복습+예제풀이’, ‘9시 10분~ 윤리· 근현대사 기출 1회씩 문제풀이, ’10시50분~ 수리 수열부분 EBS 강의듣기‘, ’12시15분~ 영단어·숙어·문법 보충‘ 등 시험공부 계획이 빈틈없이 일렬종대로 서 있었다.
 최 군은 “고 1·2 때는 그 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을 반드시 한다는 계획을 꾸준히 실천한 것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고 또한 “수능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3학년이 돼서는 공부의 전체적인 감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모든 영역의 공부를 하되 과목별 공부내용을 요점 정리하여 내일 다시 그 과목을 다시 공부할 때 요점을 잠시 들여보는 진도의 연속성을 유지한 것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은 다음 1주일간의 학습목표를 정하는 시간으로 잡았고, 내신 성적을 대비한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가 발표되면 3주전에 당면과제, 어떤 과목, 어떤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할 지, 시간배분은 어떻게 할지 등의 내신대비용 계획을 별도로 세워 나갔다.
 최 군은 “자기학습 플래너에서 주간계획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하루하루 공부를 해나가면서 최종적인 학습목표에 얼마나 도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가 체크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누락된 부분, 부족한 부분을 어떤 시간을 쪼개서라도 메꾸고 시험에 임하게 되는 것이 습관화가 된다”고 설명한다.
 최 군의 ‘자기학습 플래너’의 큰 축은 그 날 학습분은 그 날 복습&유관 문제 풀기와 자투리 시간의 최대 활용으로 요약된다. 최 군은 “고등학교 3년동안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아껴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를 하는 어머니가 돈을 쪼개어 쓰고 꼼꼼이 가계부를 적듯이 말입니다. 매일 매일 짠 공부계획이 이제는 꿈이 어린 인생계획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대학 입학 후 두 번째 ‘자기학습 플래너’ 노트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나눠 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행정고시 패스를 위한 노트다. “가능한 대학졸업 전에 행정고시를 패스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하는 최 군에게서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이지만 이미 그의 손에는 상세한 지도와 훌륭한 나침반이 이미 손에 들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