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휘문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교문 입구에 붙은 현수막 문구가 변화를 알렸다. 휘문고는 2010년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로 선정돼 올 해 입학 한 1학년부터 자사고 특성의 교육을 받게 됐다. 새로워지는 휘문고를 찾아가 변화의 바람을 관찰했다.

휘문고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영어, 수학의 심화 학습’이다. 특히 영어 교과는 주당 1시간씩 배정 된 ‘영어 원서 수업’의 개설이 눈에 띄는 변화다. 이는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 육성이 목적인 자사고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신종찬 교사는 “국제적 안목과 통합적 지식을 익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이 수업이 가져 올 효과에 자부심을 내비췄다.

휘문고는 2009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진학률이 18,6%로 서울시 일반계고 1위를 차지한 만큼 진학지도 법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신 교사는 “자사고로의 변화는 휘문고의 장점을 살려 ‘입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라며 진학지도 노하우를 풀어놨다.
휘문고 졸업생의 점수를 바탕으로 구축된 자료와 개인별 교과 성적, 비교과성적 점수를 수집해 진학희망대학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이 자료는 지원 대학의 예비 순위까지 나올 정도로 구체적이다. 자료는 졸업생들의 점수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 이 상담 자료는 학생 개개인에게 배포 된다.
진학 노하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비밀은 바로 체계화된 상담시스템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인 만큼 진학지도교사의 노하우가 다음 세대 교사에게 그대로 습득된다. 오랜 기간 동안 체계화된 네트워크는 입시명문으로 자리 잡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자사고로 출범한 휘문고의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먼저 동창회 1기 1학급 멘토링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계?언론계 등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를 배출 한 휘문고는 학생들의 진로교육은 물론 동창간의 유대감을 형성하여 자부심을 갖게 함이 목적이다.
‘필독서 49권 완독’은 입시의 명문다운 목표다. 필독서 완독으로 논술에 대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면접 대비까지 할 수 있어 올해 가장 중점적인 목표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과 동아리 활동의 활성화다. 휘문고의 한 학생은 “동아리 활동 지원이 적고 미흡 하다. 학교 내에서 공부 이외에 개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사고의 특성은 무엇보다 학습 이외의 창의적 체험 활동도 포함 됐다. 강제성을 띠지 않는 방과 후 보충 학습의 참여율은 높은 반면 동아리 활동 등은 미미한 것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이라는 인식을 갖는 휘문고가 갖는 약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휘문고는 2011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 시스템(이하 창체)’를 실행하기로 해 문제점 개선에 팔을 걷어 올렸다. 창체는 학생이 자신의 생활기록부 작성에 참여 하는 것이다. 학생이 교과 영역 이외의 동아리, 봉사, 방과 후, 진로 활동에 관한 내용을 기록하며 교사가 그 내용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이 자료를 꾸준히 기록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면 대입 수시지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신 선생은 “여유 속에 움직이는 자율적 학풍이 휘문고가 명문으로 자리 잡는데 폭발적 힘을 발휘했다”며 학생들을 움직이게 할 자그마한 불씨를 붙여 준다면 창체의 명문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비췄다.

휘문고의 공고 란에는 벌써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동아리 공고가 빼곡했다. 공고 앞에 모여 꼼꼼하게 동아리를 살피는 신입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자사고로의 첫 걸음을 내딛은 휘문고. 올 가을에 열리는 ‘한티 축제’가 기대 되는 건 입시 뿐 아닌 다양한 창의적 활동의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비전과 꿈을 실현하게 될 휘문고의 미래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