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대졸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과 졸업반인 김택호씨는 “학점이나 영어성적이 나쁘지 않아 걱정 없었는데 서류통과도 안 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한숨을 토했다.

하지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괜찮은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재교육비로 허리가 휜다”며 투덜대고 있다. 왜 취업 희망자는 넘치는데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할까? 바로 대학생들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고 시대마다 변해 왔다. 하지만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몇 가지 덕목들은 분명 존재한다.

도전정신, 창조성을 갖춰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올해 6월 조사에서 주요기업들은 인재가 꼭 갖추어야 할 자질로 ‘도전정신과 성취의식’을 첫번째로 꼽았다. LG전자 이동진 그룹장은 “아무리 개인역량이 뛰어나도 도전정신이 없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업 목표는 이윤을 내는 것이므로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도전정신과 함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진 그룹장은 “창조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가 필수적”이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체화하고 현실화하는 훈련도 꾸준히 해야 자신의 실력이 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능력을 키워라
기업의 국제화와 발맞추어 취업희망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글로벌 능력은 외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다문화체험,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도 포함된다. 각 기업들은 시야를 국내로 한정하지 말고 해외로 넓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경련 산업본부장 이병욱 상무는 “영어점수보다 영어회화 능력이 요구된다. 각 기업에서도 영어면접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을 검증한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 능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중국어, 러시아어와 같이 이미 사회에서 요구하는 언어뿐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언어를 습득한다면 더욱 유리하다. 이병욱 상무는 “베트남어 등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언어를 습득해 남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외국어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협력·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들은 취업준비자들이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협동심을 들었다.
그리고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이 ‘도전정신과 성취의식’ 다음으로 필요하다고 꼽았다. 최근 들어와 직업이동이 잦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자 기업들은 인재들의 협력의식과 윤리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협력의식과 관련해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재상이 ‘I형’ 인재다. I형 인재에서 세로 선은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의미하고 위 가로선은 전반적인 기본지식과 문제해결능력을 뜻한다. 그리고 아래 가로선이 바로 인성, 특히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취업포털 커리어넷 김기태 대표는 “기업은 고유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직에 잘 적응하고 조직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길러라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인재의 기본덕목이다. 기업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자기계발에도 노력하는 인재를 원한다. 최근엔 이론적인 지식보단 실무적인 능력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김기태 태표는 “IMF시절을 통해 평생직장 신화가 무너지면서 기업은 신입사원을 재교육시켜 실무에 투입하기 보다 처음부터 경력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며 “따라서 전공서적만 무작정 파기보다는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하나라도 더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 입사에 유리한 전공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특정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말일까?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직군마다 차이가 있어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공계의 경우 전자전기, 컴퓨터, 기계, 인문계의 경우는 경영, 경제 분야를 선호한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전경련 이병욱 상무는 “인재의 기본 3요소는 컴퓨터, 언어, 그리고 수학적 능력이다”며 “수학적 능력은 분석력을 비롯해 경제, 경영 친화적 마인드를 포함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경제적 이해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치학, 교육학 등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공학 분야와 금융·경영 분야가 전공별 취업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김기태 대표 또한 “상경계열과 공학계열이 취업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두 계열을 제외한다면 기업마다 원하는 전공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취업희망자들은 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앞으로 취업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공보단 ‘차별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본 덕목은 대부분 구직자들이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해지는 취업난을 극복하려면 남들과의 뚜렷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들은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사람이 21세기 기업에서 원하는 진정한 인재”라며 차별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주문했다.

전종윤 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