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기자는 노원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신 이난숙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늘 하고 다니시는 소녀감성의 머리띠와 독특한 패션이 눈에 띄는 선생님께서는 "내가 뭐 인터뷰 할 게 있다고~"하시며 웃으셨다. 인터뷰 전 날 선생님께 인터뷰 할 때 드릴 작은 음료수를 어떤 맛으로 사 갈까 고민하다가 "선생님! 체리 vs. 레몬! 하나만 골라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약 3시간 뒤, 선생님께 "레몬~ 이거 뭐야 심리테스트?"라는 답장이 왔다. 그리곤 다음날 교무실에 찾아가자, "어제 문자 뭐야~ 빨리 말해줘~"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날 반겨주셨다. 교무실 한 켠에 놓여져 있는 책상에서 진행 된 인터뷰는 내가 인터뷰를 하는 건지 상담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편안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등나무 밑에서 이난숙 선생님

기자(Q) : 안녕하세요 선생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선생님을 인터뷰 하러 왔습니다! 지금 왜 인기가 많냐는 표정이신데, 선생님은 수업 방식도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고, 수행평가 방식도 다르셔서 아이들한테 그 방식이 인기가 많아요. 우선 수업방식부터 보자면 왜 수업에 들어가셨을 때, 특히 시를 분석하는 시간에는 다른 선생님들처럼 세모네모 쳐가면서 세부적으로 설명하지 않으시나요?
이난숙 선생님(A) : 내가 미리 학습지를 주고 생각해 보라고 하지? 그건 일종의 예습이야. 미리 봤으니까 나랑 비교해 가면서 설명을 들으면 세부적으로 보지 않아도 다 분석이 되거든. 문학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된 형태를 가지고 있잖아. 전체적으로 봐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인데 그걸 부분에 집중해서 보다 보면 시어 하나하나 암기만 하게 되니까. 암기만 해서는 절대로 다양한 적용을 할 수가 없어.

Q. 아하, 그렇다면 매 주 한 번씩 하는 수행평가 학습지를 보면 늘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많던데, 왜 그런 수행평가 방식을 택하셨나요?
A. 요즘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된 수행평가야. 여자애들은 좀 덜하지만 남자애들은 잔인한 영화를 보고도 즐겁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나는 그게 공감능력의 부족이라고 봤어. 그렇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게 되더라고. 그리고 그 능력은 곧 문제 해결 능력으로도 연결 된다고 보았어. 너희들에게 주는 단편 소설들은 굉장히 짜임새 있는 서사들이야. 공감능력도 키우고 너희들이 부족한 독해력도 키우자는 의도에서 소설을 선택 한 거야. 질문들은 일부러 정답이 없게 만들었어. 그래야 너희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는 토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Q. 선생님께서는 독서 행사도 많이 여시고, 독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에요?
A. 독서는 모든 것의 기본이야. 책을 읽으면 삶에 대해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지. 나는 기능적인 사람이 싫거든. 그런데 책은 주체적으로 늘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읽게 되고, 한 책을 읽으며 다른 책을 연결해서 읽게 되고, 그렇게 세상에 대해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만들어 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서 상품도 걸고 이벤트도 하고 하면서 독서행사를 여는 거야.

Q. 그런데 책을 사려고 보면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 지 고를 수가 없어요. 고르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A. 우선 권장도서 내에서 읽다 보면 읽은 책들 중에서 자신과 맞는 책, 맞지 않는 책을 골라낼 수 있게 돼. 그리고 몇 번 실패해 보면 서점에 가서 표지와 첫 페이지만 보고도 책을 고를 수 있게 될걸?

Q. 그러면 책 편식을 피할 수 없게 될 것 같아요.
A. 그게 너희들이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래. 소설만 계속 읽다 보면 소설에 질리게 되거든. 그러면 다른 인문학 책들도 읽게 되지. 한 장르만 계속 읽다가 보면 질려서 결국 골고루 읽게 되는데, 너희들이 아직 독서량이 부족해서 대단히 안타까워.

Q. 그랬군요.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은 '매우'나, '대단히' 같은, 저희가 듣기에 약간 문어체 같은 수식어를 자주 사용하시는데 그 이유는 뭐에요?
A. 처음에는 아이들이 잘못된 수식어를 많이 사용하고, 획일화된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의식적으로 다양한 수식어를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나오네.

Q.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여쭤볼게요. 선생님이 좋아하는 학생은 어떤 학생이에요?
A. 삶에 진지한 아이가 좋아. 자신이 하는 일에 주체적이며 성실하고, 올바름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아이. 그런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행평가도 열심히 하는 아이를 찾아낼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 아니겠어? 내가 싫어하는 아이는 공부는 잘 하는데 기능적인 아이야. 모든 일에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어. 내 머릿속에 든 건 아무도 가져갈 수 없고, 내면이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은 외면에서도 빛이 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꽤 긴 시간 길어진 인터뷰 임에도 계속 웃으며 딸과 대화하듯 인터뷰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한다. 기사를 쓰기 위한 만남이 아닌, 나 자신을 채우기 위한 만남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 상당히 즐거웠다. 선생님께서는 늘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앞으로도 궁금한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