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수시모집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어렵게 진행될 전망이다. ‘미등록 충원 기간’이 공식적으로 설정됐고, ‘전형유형 간소화’와 ‘논술 비중 축소’ 등의 변수도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신중하고 세밀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을 제대로 알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많은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최초 합격자만 발표하고, 미등록 인원이 발생하면 정시로 이월했었다. 그래서 전형계획에서 발표한 선발인원 비율보다 정시에서 훨씬 많은 인원을 선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미등록 인원을 추가로 충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수시 전형계획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대와 상명대(서울) 등 17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에서 미등록 충원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수시 등록률 80~90% 예상 … 정시는 역대 최소 선발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60~70%에 불과했던 수시모집의 등록률이 80~9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지원자에게는 수시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시로 넘어가서 선발하는 인원이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수시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가 될 것이고, 정시 선발인원은 역대 최소가 될 전망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집중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합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수시에서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수시는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에 정시에 합격할 수 있는 대학보다 1~2단계 높은 대학에 지원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전략이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수시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으로 인해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도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따라서 올해는 정시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에 수시 합격한다면 가장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올해 수시 지원은 신중하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선발 폐지 등 논술 비중 축소 … 100%전형 하나도 없어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도 여러 변화가 있다. 먼저 논술 실시 대학의 경우, 단국대(죽전), 동국대(서울), 숙명여대, 인하대 등은 논술 우선선발을 폐지했다. 광운대와 동국대(서울), 인하대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학이 논술 비중을 축소했다. 올해는 논술 100%로 선발하는 전형이 하나도 없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반영 비율이 최소 20% 이상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에 논술 실시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논술고사 시간을 축소하고, 논제 수를 줄이고 있다.
적성검사의 경우에도 올해에는 단국대(천안)와 중앙대(안성), 한국외대(용인) 등이 처음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적성검사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대학별 고사 '대박' 환상은 금물

대학 입시는 당락이 상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백분위 성적, 특히 6월 수능 모의평가의 백분위 성적이 수시 지원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또한 이제까지 활동했던 것들의 결과물을 가지고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박’날 것으로 예상하는 수능 성적과 몇 십대 일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대학별 고사 능력 등을 갖고 주관적으로 지원한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학 입시다.
올해 수시모집은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으로 인해 많이 지원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 역시 정말 잘못된 전략일 뿐이다. 특히 수능 이전에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할 경우에는 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학생이라고 해도 수능 이전에 대학별 고사를 본다면 수능 마무리 학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수능 이전에 대학별 고사에 여러 번 응시하는 것은 수능 마무리 학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올해처럼 수시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으로 합격 가능성이 높아질 때는 보다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에 따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최병기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