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의 고하로 인재를 가늠하는 입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에서는 ‘성적(점수)=나’ 그 자체이며 삶의 과정이나 질에 상관없이 성적의 고하에 따라 인간의 높고 낮음이 구별되고 차별화 된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성적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성적 그 자체보다는 성적을 둘러싸고 있는 비교과적 경험이나 활동 속에서 지원자의 총체적 가치를 판단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는 기본 제출 서류이며, 대부분의 경우 ‘나’의 총체적 능력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사이의 행간에서 평가된다. 학생부가 선생님(타인)이 바라 본 ‘나’의 모습이라면,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바라 본 ‘나’의 모습이다. 자신의 참모습을 정확하게 발견하고, 냉철하게 분석하며, 올바르게 인정해 가치 있게 표현해 주는 것, 그것이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자들이 서류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동시에 평가자가 자기소개서에서 읽어 내고 싶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 자신 속에 잠재된 ‘나’를 깨워라!
대부분의 경우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의 내용 속에 자신의 일부만이 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평가자는 자기소개서에 표현된 정보로부터 지원자 그 자체 혹은 그 이상의 모습을 읽어 낸다. 그것은 단지 입시 평가에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되는 룰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와 가치를 적절하고 유효하게 배치하고 드러내 줘야 한다.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움직여서 자신 속에 잠재된 ‘나’를 깨워야 한다. 자신 속에 잠재된 ‘나’를 깨우는 것은 입학사정관제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다.

● 자기소개서는 포트폴리오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구별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잠재된 역량을 알기 쉽게 효과적으로 부각시켜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의 목적이라면 자기소개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훌륭한 포트폴리오다. 어떤 의미에서는 스펙의 결과를 단순히 나열해서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성적의 높고 낮음 그 자체가 인재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 잣대가 될 수 없듯이 스펙의 결과 그 자체보다는 그 스펙이 갖는 사회적 의미나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성취한 모든 스펙에 최대한의 유의미한 가치를 부여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다. 

● 스토리 나열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자기소개서는 이야기(스토리) 그 자체의 나열보다는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유기적 관련성 없이 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 평가자가 지원자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해 내는 것은 어렵거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자신을 설명하는 각각의 이야기 거리는 상호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하나의 지점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과거를 냉철하게 분석해 올바르게 판단한 현재의 모습을 근거로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한 일련의 과정이 스토리텔링의 기법 속에서 유기적으로 잘 표현돼 있다면, 평가자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지원자가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파악해 낼 수 있다.

● 진학에 대한 의지? 진로에 대한 열정!
고교생활이 하나의 과정이듯 대학생활도 하나의 과정이다. 대학에 들어간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진학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진학 후에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며, 어떠한 성취 속에서 어떠한 모습의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고 싶은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열정의 흔적이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가능성 있는 전망으로 제시돼야 한다.

● 상대방이 읽고 싶은 내용으로 써라
대학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색깔이 조금씩 달리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입학사정관 전형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핵심 평가요소는 전공 적합성과 자기 주도성, 그리고 인성이다. 지원한 전공과 부합하는 뚜렷한 삶의 과정이 있고, 그것이 자기 주도적인 경험이나 활동 속에서 구체화돼 있으며, 또한 그러한 삶의 과정이나 결과가 사회와 통용되는 인성과 가치관 속에서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러한 지원자가 바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합격시키고 싶은 인재의 모습이다.
그러한 전공 적합성과 자기 주도성과 인성의 요소가, 진정성(꾸밈없는 자신의 참모습)과 구체성(공감될 수 있는 자신의 모습)과 차별성(남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 있는 문장으로 작성돼 있다면 그것은 내용적으로 거의 완벽한 자기소개서라 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 마지막 체크 포인트는 

1. 해당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모집요강을 철저히 파악한 후 작성했는가?
   입학사정관 전형은 각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기준으로 평가영역을 설정한다.
   지원 대학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성공적인 자기 PR을
   위해서 중요하다.

2. 각 문항의 취지를 파악하고,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작성했는가?
   각 문항에서 묻고자 하는 취지를 잘 파악했는지, 각 문항별로 작성한 ‘나’의 모습이
   하나의 지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작성했는지 재확인한다.   

3. 글자 수 제한의 80% 이상으로 작성했는가?
   글자 수 제한의 80% 정도를 못 채운 경우 쓸 이야기가 부족하거나 혹은 성의 부족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글자 수를 의무적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더욱 무의미하지만 글자 수 제한 그 자체도
   문항에서 요구하는 조건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4. 전국 대학 규모로 유사도(표절)를 검색한다는 사실에 주의한다!
   2012학년도 전형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정성 확보시스템을 공통으로 보급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전국 대학 규모로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보고서의 유사도
  (표절 여부)를 검색한다. 자신의 문장으로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5. 원서 접수 후 반드시 출력하여 평가자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 본다!
   오탈자나 맞춤법의 확인은 기본이다. 온라인에서 직접 입력하거나 복사해서 옮기는 과정에서
   이상한 기호의 삽입이나 문장의 끝이 잘린 채로 제출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심지어는 A대학에 지원하면서 “제가 B대학에 합격한다면…”이라고 작성한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 자체로 합격, 불합격의 요소는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저해하는 마이너스의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최종적으로 확인하면서 평가자로 하여금 각 문항별로 밑줄을 그으면서 주목해 읽을 수 있을 만한 핵심 키워드나 문구를 3가지 이상 담았다고 판단한다면 자신 있게 제출해도 좋다.

김정훈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실 책임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