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폴 포츠와 수잔 보일을 스타덤에 올린 브리티쉬 갓 탤런트의 한국판 프로그램인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이하 코갓탤)의 최종결승 생방송이 진행됐다. 수 천대 일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결승에 오른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긴장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끼고 9번째 순서에서 무대 위로 솟구쳐 오른 여고생 주민정(광주여고 2학년) 양은 달랐다. 남자들도 추기 어렵다는 팝핀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주 양은 무대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로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 양의 춤을 무대를 본 박칼린 심사위원은 “세계를 무대로 한국에도 이런 재능을 가진 인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탤런트 송윤아 역시 “주 양의 팬이 됐다. 주 양의 퍼포먼스는 감히 댄스라고 표현하기 죄송할 정도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열광시킬 날이 올 거라 믿는다”라고 호평했다. 결국 심사위원 채점과 시청자 투표를 거쳐 1994년 생, 만 17세의 여고생 주 양은 접전을 벌이던 최성봉 씨를 제치고 코갓탤의 1회 우승자가 됐다. 스타 탄생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보름 남짓 지난 8월 말 주 양과 전화 통화를 했다. 마침 그날은 주 양이 광주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자랑스러운 광주학생 상을 수상한 날이기도 했다. 주 양은 이번 우승으로 인해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에 우선 만족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춤이라는 게 어른들 보기에는 좋은 시선이 아닐 수 있었거든요. 춤추는 거 좋아하는 친구들을 소위 날라리라고 폄하하기도 하셨잖아요. 근데 이렇게 교육청에서도 상을 주시니 참 좋습니다.”
주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본 동방신기의 춤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팝핀댄스를 익히기 시작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와 주변의 냉대는 뒤따랐다. 발레나 고전무용도 아닌 이른 바 춤꾼들이 추는 댄스라는 점에서 더 반대가 컸다. 일단 대학 진학과는 상관이 없는 종목(?)이기 때문이었다.

“공부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춤이 좋아서 시작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학업을 놓는 것은 원하지 않으셔서 공부도 어느 정도 뒤따라가면서 했지요. 공부보다 춤에 많이 치우쳤던 건 사실 이지만요.”
코갓탤에서 환상의 무대를 보여줬지만 주 양이 선천적으로 춤에 재능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재능이 없다보니까 ‘너는 안 돼’ 그런 이야기도 들었고요.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고.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게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조금씩 나아지는 제 모습을 믿고 꾸준히 한 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같이 춤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춤을 포기했지만 주 양은 좌절하지 않았다. 특히 여성으로서 팝핀댄스를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그 길을 개척하고 싶었고,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멋있고 당당하고 싶었다. 그런 자신을 차츰 부모님도 이해했고 결국은 응원하게 됐다. 학교 선생님들도 주 양을 지켜봤다. 그리고 주 양에게 댄스를 가르쳐준 학원 선생님은 계속 주 양을 성원하고 믿음을 심어줬다.
인문계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주 양은 아직 특별히 어떤 대학을 가야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대학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 중에 하나 일뿐이라고 생각해서다.

주 양은 이른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을 통해 3억원의 상금을 타고 단숨에 유명해졌다.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할 것 같다고 하자 “무엇을 부러워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제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조그만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어른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대학이 고등학교 생활의 목표인 경우가 많다. 주 양은 그런 면에서 약간 벗어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래 친구들은 내신과 수능 공부에 매진할 때 주 양은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는 요즘 학생들이 별다른 꿈이 없어 보인다는 어른들의 편견도 묻어 있었다.
“제 친구들도 다 목적이 있고 꿈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저 자기가 아는 분야에서 성공하는 목적이나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한국에서 최고의 팝핀댄서로 인정받은 만큼 주 양의 다음 목표는 세계무대란다. “기회가 있다면 외국에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가보고 싶습니다. 거기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물론 고등학교는 제대로 졸업해야겠지요. 그리고 나중에 훌륭한 안무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용운 이데일리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