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와 박경철 경북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청춘콘서트가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들은 안철수 교수를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 1위로 꼽았고, 박경철 원장은 ‘시골 의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라디오에서 경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는 그들의 토크 콘서트장은 매회 매진 사례다. 봉사활동자로 참여할 기회도 선착순으로 잡아야 한다. 그들은 지난 6월 29일에서부터 지난 달 25일 수원에서 열린 19회 콘서트까지 총 2만7000여 명을 사로잡았다. 9월 중순까지 더 많은 대학생 등 관객을 매혹할 예정이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콘서트 중 관객의 집중력을 가장 사로잡았던 건 안철수 교수의 ‘철새’ 행보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러 차례 바뀐 안 교수의 직업들과 관련한 이야기다. 의사, 안철수 연구소, 그리고 현재 다시 교수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만 헤아려도 벌써 세 차례다.

안철수 교수는 철새?

안철수 : 나는 어릴 때는 공부를 못했다. 반 전체 60명 중에 30등을 했다. 잘 해야 ‘우’고 대부분 ‘미’였다. 수가 딱 하나 있었는데, 내 이름에 있었다.
박경철 : 그랬는데 27살에 최연소 의과대학 학과장을 맡았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도 서울대에 못 갔는데. (관객들을 보며) 재수 없죠?

안 교수와 박 원장의 유머 덕에 온 관객석이 웃음으로 들썩거렸다. 안 교수의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다시 그의 말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했다.

안철수 : 그 덕분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 특이하더라. 나는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보면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웃음) 그렇게 공감하는 능력을 키웠다.
의대에 입학해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는 사회에 대해 많이 깨달았다. 사람이 돈보다 소중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존엄함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돈이 없으면 존엄함을 잃는다. 이런 적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손녀와 할머니가 사는 곳에 왕진을 갔다. 할머니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계셔 거동이 불편했다. 손녀가 5학년 때부터 신문 배달을 해서 가계를 꾸려갔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려운 상황을 버티지 못한 손녀가 도망을 가서 아사하신 거였다. 책 밖의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의사로서 느낀 것도 많았고, 능력도 인정받은 그였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안철수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구두 같았다. 내성적이고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그에게 하루에 백여 명의 환자를 만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밥 먹을 때조차 환자 얘기만 하는 그의 동료를 보며, 의사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도망친 게 아니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박경철 : 굉장히 촉망받는 젊은 의사가 밤이 되면 담요를 뒤집어쓰고 컴퓨터를 두드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며 백신을 발견했다. 결국 의사를 접고 백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안철수 : 1988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피해가 컸는데 아무도 해결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 그 이후로 바이러스만 나오면 나한테 왔다. 그렇게 7년 간 무료로 백신을 보급했다.
1995년 안철수 연구소를 시작했다. 회사를 세우고도 일반에게는 계속 무료로 백신을 공급했다. 그러다보니 자금이 부족했다. 직원들 월급 줄 돈조차 없었다. 할 수 없이 대기업에서 받은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현금을 빌렸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담당자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만날 아부용으로 담당 직원이 좋아하는 소보로 빵을 사갔다.(관객 웃음)

가치관을 세우자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철수를 계속 움직이도록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안 교수는 그 원동력으로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꼽았다. 공부만하면 사회에서 먹여살려주고 혜택을 주는데 대해 조그만 역할이라도 해서 받은 일부라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박경철 : 청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격려를 해달라는 친구들이 많다. 지금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면서.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찾으려면 노력이 필수다. 하지만 노력하는 과정은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 하는 말이 “재능이 없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는 핑계다. 그걸 극복한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가치관이 맞았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어떤 것이 내게 의미가 있고 없는지를 가리는 기준이다. 가치관이 없으면, 삶 속에서 내가 향해 갈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안철수는 ‘사회에 대한 부채 의식’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했기 때문에 힘들었을 때도 극복할 수 있었던 거다.

안 교수의 굳은 의지가 결국 빛을 발했다. 안연구소는 소프트웨어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우리나라에서 10년 만에 순이익 100억을 달성한 최초의 회사가 됐다. 정상에 섰을 때, 안 교수는 또다시 자리를 떠났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일

박경철 : 안 교수는 직업을 많이 바꿨다. 문제가 있다.(웃음)
안철수 : 주위를 둘러봤다. 안연구소는 전망이 좋았는데, 주위 중소 벤처업체들이 망하기 시작했다. 내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성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이, 젊은이들에게 도전 정신에 대해 얘기해주는 것이 이 사회에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한 회사만 잘 먹고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2시간 20분간의 긴 토크 콘서트의 마무리는 박경철 원장이 맡았다. 그는 “개처럼 살자”고 했다. 약간은 격한 표현에 관객들은 또 한 번 폭소했다. “지난 콘서트에서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한 말이다. 개는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짖을 때는 짖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자.” (아쉽게도 만 18세 이상만 청춘콘서트에 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