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햇빛을 본 날보다 비오는 날이 더 많았다. 이 빗속에 많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8월로 앞당겨진 입학사정관 전형 응시를 위해 정성껏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건국대 입학사정관실 김경숙 책임연구원(사진)을 만났다. 우선 서류심사에 대해 물어봤다.

△ 입학사정관전형에서 1차 심사에서 서류만 본다는 대학들이 많은데, 실제로 내신 성적은 반영되지 않는 건가요.
“입학사정관 전형의 서류평가에서 내신 성적은 반영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성적 위주의 평가에서 진행되는 반영교과별 석차등급의 평균이라는 반영방식과는 달라요. 서류평가의 가장 밑그림이 되는 것이 학교생활기록부죠. 학교생활기록부는 크게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신 성적은 교과영역으로, 우선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교과 성적을 주의 깊게 봅니다. 그리고 지원자의 학년별 내신 성적 추이를 함께 살펴봅니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학업성적이 향상됐다면 좋은 평가를 받겠죠.”

△ 서류심사에서 봉사시간이 많으면 좋은 건가요. 외부 수상경력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요.
“서류심사에서 봉사활동과 외부 수상경력은 전형의 취지(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와 지원 전공과의 관련성에서 질적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양적인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의 경우는 지원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꾸준히 진행했는지, 지원자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른 자료들과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외부 수상경력의 경우는 결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닙니다. 특히 고교생활 충실성이라는 부분이 중요 평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교내 수상이나 학 교대표로 참가한 교외 수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고려합니다.”

△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많은 대학들이 리더십과 창의성,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데, 막상 자기소개서에는 학과 지원 동기를 물어보는 문항이 있는데 어떻게 연결시켜야 합니까.
“자기소개서 문항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지원동기’예요. 지원동기를 통해서 입학사정관은 그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된 지원자의 계기와 열정을 알고자 합니다. 따라서 지원자가 왜 이 전공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지원 동기는 자신만의 특별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자신의 내적 동기에서 진행됐었을 때, 지원자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인 면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헉! 서류심사만 한다고 해서 내신은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교외수상 실적도 생각보다 낮게 평가되는 게 아닌가. 사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강조하는 것이 창의적 인재라면 정형화된 교내 수상보다 외부 활동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창의성과 고교생활의 충실성은 왠지 같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제출한 서류는 어찌 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핵심으로 들어가 면접에 대해 직접 물어보자.

△ 면접 가운데, 주어진 주제에 따라 발표하게 하는 발표면접도 있고 집단토론 면접도 있는데, 이러한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발표면접은 기출문제를 구술로 5분 안에 설명하는 식으로 가족들과 연습해 보세요. 토론면접은 시사적인 부분으로 찬반토론이 가능한 주제를 선정해서 친구들(6인 이하)과 20~30분 동안 찬반토론을 하고 이것을 동영상으로 찍으세요.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의 의견을 어떻게 경청하고 있는지, 주제에 적합한 논의를 하고 있는지를 체크하시면 충분한 준비가 될 것입니다.”

△ 집단토론 때 다른 학생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한데요.
“집단토론 면접에서 보고자 하는 부분은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과 협상력, 정보의 정도, 자신의 정보를 응용하는 능력 등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생의 주장을 반박하기보다는 주제의 흐름을 읽고 다른 학생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통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코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는 것과 다른 학생의 의견을 반박했다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죠.”

음. 면접은 역시 연습이다. Practice makes perfect. 그런데 설득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수긍하는 척하면서 우아하게 뒤통수 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얘기. 제발 아는 주제가 나오길 기도해야 한다. 뭐, 알아야 설득력 있는 주장이 가능하지, 모르는 문제가 토론주제로 제시되면 그야말로 깜깜절벽이 아닐까. 면접 교수님들에 관해 물어봤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수님들은 다소 보수적일 것 같은데, 성향이 다른 답변이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면접은 지원자의 특성을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교수님들이 보수적이라는 것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어떤 질문에서든지 자신의 정보를 종합해서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으면 됩니다.”

△ 자신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요. 예컨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데, 면접관이 성적이 “왜 이리 나빠요?”라고 질문하면.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의 질문을 받았다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강점도 함께 강조하면 됩니다. 만약에 ‘내신성적이 왜 이리 나빠요?’라고 한다면 전반적으로는 성적이 나쁘지만 관심 교과 성적이라든지 자신만의 강점을 설명하세요. 또한 내신 성적에 준하는 학업능력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교과관련 비교과영역도 함께 강조하면 됩니다.”

입학사정관 제도로 뽑은 학생들이 학업평가가 매우 높게 나온다는 조사가 있다. 그만큼 이제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잠재적인 학생을 발굴하는 기능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열정과 뚜렷한 비전이 있다면 누구나 입학사정관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아, 깜박할 뻔 했네. 김경숙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해준 팁. 면접 전에 반드시 제출서류를 꼼꼼하게 숙지할 것.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질문하는데 무슨 얘기인줄 모른다면, 당연히 ‘꽝’이다. 그리고 격려의 한 말씀. “면접은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특성을 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성실한 모습으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홍록 학생기자/서울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