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석 대전 용산고 교사

9월 1일은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이번 시험의 성적으로 수시와 정시모집에 지원할 대학과 학과가 사실상 결정될 것이다. 이미 지난 8월부터 입학사정관전형 원서접수가 시작됐고, 많은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했다.
고3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이 조급해하는 것을 느낀다. 특히 상담을 할 때 무작정 점수만 갖고 갈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다. 자기의 적성과 흥미, 꿈을 모두 잊은 채점수에 맞춰 진학을 희망한다.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알려주면, “그 학과는 뭐하는 곳인가요? 나와서 뭐하나요? 돈은 많이 벌어요?”와 같은 질문공세가 돌아온다. 이런 상담은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해야 해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더욱이 학부모는‘명문대 환상’에 빠져 학생의 현재 위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명문대 환상’의 폐해

졸업한 학생이 간혹 안부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간다. 그 중 몇몇 학생은 재수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우선 고등학교 시절 꿈은 갖고 있었지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거나, 대학에 대해 가졌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학생이다. 대학 입학 이후 진로와 관련된 멘토를 만나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없어진다.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흔히 말하는‘잘 나가는 직업’이 지금은 없어지거나 학생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직업일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의 직업은 평생직장·평생직업에서 평생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미래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직업과 업종은 물론이고 국경까지 넘어서 자유로운 직장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자발성과 창의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상을 필요로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결정

이런 변화 속에서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적성과 흥미에 대한 파악과 함께 장차 종사하게 될 직업세계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전공을 선택하면 진학 후 심리적 갈등과 적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공학과를 선택할 때에는 학과의 특성, 교과 과정, 관련 진로분야, 취업전망, 유사학과, 설치 대학, 복수 전공의 여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학과들이 신설되면서 기존 학과와 여러 학문 간 결합으로 복합적 성격을 갖는 것들이 많아져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과를 선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신생 및 이색, 유망학과는 검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 들이기보다는 학과를 선택할 때 참고자료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결정일 것이다.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객관적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교사나 학부모, 입시정보는 참고 자료로 이용하고, 자신의 흥미, 적성,성격 등 직업적 정체성을 먼저 확립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학과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문종석 대전 용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