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 비율이 가장 낮은 과학 과목이 바로 물리다.
물리 공부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재 과학자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영향으로 명석한 두뇌를 가져야만 물리를 잘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오해가 있기도 하다. 사실 물리 공부는 다른 과학 공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계속 지식을 쌓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물리 공부는 다른 공부에서 얻지 못하는 차별화된 고급 능력을 길러준다.

첫째, 구체적 현상을 추상적 언어로 설명하거나 예상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자동차의 운동을 간단한 몇 개의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복잡해 보이는 파도의 운동을 단 하나의 수식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둘째, 복잡한 현상을 이상화와 간략화로 단순한 문제로 전환해 손쉽게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문제 인식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여기서 이상화와 간략화는 실제 현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부분들은 모두 무시하거나 아예 고려치 않고 하나의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의 인과관계로 단순화시키는 능력이다. 즉 이 두 가지 능력은 복잡한 현대 사회 문제들을 단순화해 문제해결의 핵심 요소를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된다.

16세기 이후부터 19세기까지의 근대과학의 역사는 바로 물리학의 역사다. 이는 과학의 학문적 구조, 이론의 수립 과정, 실험 방법 등의 기초가 물리학임을 의미한다. 즉 물리를 공부하면 다른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나아가 다른 학문분야들의 구조와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이해 능력을 길러준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달라 보이는 현상을 연결시켜 그 근본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준다. 그 예로, 물리에서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에너지’는 물리학자들에 의해 서로 연결할 수 없었던 매우 다른 현상들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는 기본 개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향후 10년 동안은 융합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이 시대에는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 외에 다른 학문분야까지 이해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물리공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인 복잡계 과학은 그 중요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복잡계 과학은 그동안 여러 복잡한 현상 속에서 일관된 주기성을 갖는 패턴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줬는데, 이를 활용해 미처 알지 못했던 동식물의 생태, 인간의 뇌 등 한계에 부딪혔던 여러 과학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아울러 복잡계 과학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에도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복잡계 과학의 권위자인 A.L 바라바시는 최근 그의 저서『버스트(Bursts)』에서 인간의 행동 패턴 속에 숨겨져 있는 폭발성을 통해 그동안 역사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16세기 십자군 원정의 대장이 농민혁명을 일으켜 헝가리 왕국을 습격한 이유를 찾아냈다.

최근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의 존재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하면서 물리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아인슈타인 박사.

이제 버스트란 단어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주식 가격의 연쇄 폭등과 폭락, 글로벌 경제 현상,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누리꾼들의 댓글 잔치, 거리로 물밀듯 쏟아져 나온 촛불 시위 군중 등 우리 주변에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법칙을 뜻하는 말이 됐다.

즉 물리학은 단순히 과학의 기초과목으로서 물리적 분석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회ㆍ문화적 현상을 분석하는 도구로써도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예만 보아도 물리 공부는 앞으로 도래할 융합의 시대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도구 과목으로서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