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9년 시작되어 아직도 우리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것들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이것. 이것은 42년간 MBC 표준 FM의 밤을 책임지고 있다.

벌써 22대 DJ를 맞이한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별밤’이라는 줄임말이 더  익숙한 이 방송은 언제나 청소년의 곁에서 우리 대신 하루를 정리해 주었다. 대부분은 음악방송으로 알고 있지만, 이 방송은 69년 처음 시작되었을 때 명사들과의 대담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종환 3대 별밤지기가 방송을 시작한 뒤로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대표가 되었다. 여태까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지켜준 별밤 지기는 무려 22명이나 된다. 1대 별밤지기 오남열부터 6대 조영남, 10대 김기덕, 12대 이수만, 13대 서세원, 14대 이문세, 15대 이적, 20대 박정아, 21대 박경림 그리고 현재 별밤을 지켜주고 있는 22대 최연소 별밤지기 윤하까지.  

22명의 이름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14대 별밤지기, 이문세이다. 이문세가 별밤지기를 하던 당시에는 고등학생들의 아침인사가 “어제 별밤 들었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별밤에 대해 기자의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13대 서세원부터 이문세까지 들었는데, 너희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토요일 저녁에 무한도전 안보면 대화가 안 되던 시절이 있었지? 우리 때는 별밤 안 들으면 들을게 없었어. 그러니까 대화도 다 어제의 별밤이었지.” 무려 12년간 청소년들의 하루를 대신 정리해 주던 ‘문세 오빠’는 하차 할 때 어느새 청소년의 친구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훈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만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현재 별밤의 화려한 역사는 모두 이문세가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쁜 엽서 공모전’, ‘별밤 뽐내기 대회’, 그리고 지금 22대 별밤지기 윤하를 통해 11년만에 다시 재탄생한, ‘별밤 잼 콘서트’등 여러 코너들이 이문세 별밤지기가 진행한 12년 동안 이루어졌다. 별밤 잼 콘서트는 본래 89년 별밤 2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행사였는데, 반응이 워낙 좋아서 매년 하는 연중행사가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지방에는 송출되지 않는 방송이었지만, 잼 콘서트만은 지방에도 방송되었고, 지방에 사는 청취자들은 잼 콘서트 시간에 맞춰 들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과거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단순한 음악방송이 아니었다. 개그맨들이 출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송이었고, 별밤으로 이성미, 이경규 등이 인기를 얻었다. 매 주 있었던 공개방송에는 가수들 뿐만 아니라 개그맨, 스포츠 스타들이 모두 나와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였다. 이렇듯 별밤은 42년간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간 방송이었다. 지금은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라디오를 듣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가끔씩 라디오를 켜고 따뜻함과 함께 즐거움을 느낀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월에 맞춰 변화하면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유지하는 라디오는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을 것이다.

엄소연 기자 his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