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6번, 개그맨 오디션 8번 떨어졌죠.
한 가지 목표, 자신 있는 분야를 찾아 계속 달리세요.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죠.”

고등학교『수학Ⅰ』‘수열’단원에는‘무한수열의 수렴’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수학만 보면 겁먹는 당신! 지레 겁먹고 도망갈 필요는 없다. 여기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한 대표적인 예가 있다. ‘달인’김병만(36세)이다.

김병만의 모든 것은‘개그맨’으로 수렴된다. 「개그콘서트」‘달인’식으로 말하자면, 꿈을 놓치지 않고
좇아온‘골인(goalin)’김병만 선생이다. 누군가 칠전팔기 종목으로 기네스를 세운다면 주인공은 분명 그일 것이다. “서울예대만도 6번, 개그맨 오디션에는 8번이나 떨어졌죠.”

잘 알려져 있듯이 그는 꿈을 위한 도전에서 번번이 나가 떨어졌다. 무쇠로 만든 철인 같은 모습의 그이지만 당연히 힘이
들 때가 있었다. 배가 고팠고, 부모님께 못된 말을 할 만큼 설움이 솟구칠 때도 있었다.“ 어머니께왜저는가난한집에서태어났냐고 몰아붙인 적이 있어요. 돌아오는 어머니의 대답은‘미안해’였어요. 아버지께는 나를 왜 이리 작게 만들었냐고 대들었어요. 작은 키가 지금 제게는 개그맨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데, 그땐 정말 철이 없었죠. 일이 안 될 때마다 저는 늘 그런 식이었어요.”

그래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개그맨’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한다. “제가 후배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모든 일은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을 넘기면 성공할 수 있다.”

절박하기까지 했던 개그맨의 꿈. 하지만 그가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사소하기까지 하다. 마치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김병만은 자연스럽게 개그맨을 꿈꾸기 시작했다.

“제 행동을 보며 어머니와 친구들이 박수 쳐주고 웃어주는 것이 좋았어요. 직접적인 계기는 스무 살 때였죠. 사람들을 웃기는 데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온 친구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더라고요. 그 친구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 뒤로 16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가 감내해 온 시간이다. 그동안 영화, 어린이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해왔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여러 가지 경험들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언젠가는 제게 도움이 되니까요.”그래서 오늘도 그는 꾸준히 여러 가지 일에‘도전’한다. 김연아와 함께 스케이트를 탄 것도, 정글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지만, 김병만은 지금도 개그로‘무한 수렴’중이다. 빙상에서 피겨 스케이트를 타면서도 개그맨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조금 생뚱맞아 보이는 건축학 대학원 진학도 ‘개그맨’이라는 키워드 하나면 설명이 가능해진다.

“‘공연’에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전용 공연장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학부 전공과는 다르게 건축대학원에 진학한 건 그 때문이었어요. SBS 「 정글의 법칙」촬영을 위해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는 수업에도 꾸준히 참여했고요.”

진로와 진학 선택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여러가지를 생각하지 말고 한 가지 목표, 자신 있는 분야를 찾으세요. 그렇게 계속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성취할 수 있어요. 멋있게 변해 있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김지혜 기자 haro@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