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12월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그렇게 만든다. 어른들은 이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이제 수능을 본지 한달이 되는 고3생들에게 이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야 할 텐데,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걸어 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럴 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 않은가? 일생(一生)이란 말은 들어 보아도 이생(二生)이란 말은 못 들어 보았지 않은가?”한 번 사는 삶이다.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 그 가운데 1, 2년쯤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먼저 던지면서, 또 다른 도전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 보고자 한다.

수험생 본인의 강력한 의지 있어야

재수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1년이란 세월을 다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종종 본인의 강력한 의지 없이 부모님이나 주위의 권유에 의해 재수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를 본다. 이런 경우, 주위에 환경에 의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재수를 권한 주위에 원망을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님은 재수를 권할 때에 학생이 스스로 재수를 결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인의 의지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고교 신입생과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자

재수를 시작하려고 결심한 학생들은 대부분‘재수하면 수능 대박은 자신할 수 있다’라는 꿈을 갖고 시작한다. 특히 이미 수능 응시영역을 모두 훑어보았기에 자신만만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여기에 함정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처음 재수를 시작할 때, 책의 제목을 보고 내용을 대충 읽어 보면 모두 알고 있는 내용 같아 보인다. 또한 6월까지는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온다. 모의고사의 출제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영역을 대상으로 문제가 출제되는 9월 모의고사부터는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처음부터’란 표현을 꼭 명심해 주기 바란다. 내용의 처음부터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하고 암기하도록 해야 한다.

재수는 힘든 길이다. 그만큼 강한 의지와 성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고3 때 보던 책 계속 보자

재수를 하려고 할 때“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고 하는 성경 말씀대로 모든 영역을 새로운 책으로 시작하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묵은 된장이 맛이 난다!”새로운 책으로 바꿔가며 공부하면, 내용이 항상 새롭게 여겨진다. 지금까지 봐왔던 내용을 여러 번(열 번 이상) 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용, 도표, 그림 등이 눈에 익어 오래 남는다. 또 EBS교재를 볼 때는 문제 번호에 답을 달지 않고 아래의 여백에 답을 달도록 해 보라.

많은 양보다는 기본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좋은 점수 받겠다는 욕심 때문에 문제 풀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실패할 수 있다. 높은 건물을 세우려면 그에 걸맞은 지하층부터 설계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개념정리는 한 두권의 책으로, 그리고 문제집은 여러 권을 풀어봄으로써 익힌 내용을 파악하는 형태가 도움이 되는 학습법이라 믿는다.

시간 관리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재수를 하는 데 있어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3 재학생 시절의 생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등교하는 것처럼 도서관이나 학원에 다녀온 후, 점심과 저녁시간 등을 최대한 활용해 계획에 맞춰 실행에 옮겨야 성공할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은 버려야 한다. 일정한 취침, 기상시간을 정해 패턴대로 해야 한다. 학습시간 활용도는 재수할 때가 재학생 보다 훨씬 유리하다. 중간, 기말고사란 시험에서 자유롭고, 수능을 보지 않는 과목이 없어서 수능과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유리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목격해 왔다. 이는 시간 관리의 문제점에서 비롯했다고 판단된다. 학습 플래너(또는 스케줄러)를 통해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학습 플래너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것과 함께 생활태도를 점검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시간 나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재수는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다.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다. 재수하겠다고 결심했던 당시의 초심을 끝까지 갖고 가야한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의 생활모습과 본인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살아가는 길이 다르지 않은가. 본인의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마음을 갖자. 사자가 먹이를 사냥할 때 움츠렸다가 힘차게 달려 나가 포획하는 것처럼,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다는 마음으로 재수를 해야 성공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남태영 (인천 명신여고 진로진학상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