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다들 알고 있으나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진로탐색에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개별 직업 및 학과에는 관심이 있으나 학과계열은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IT산업이란 큰 숲에 토양이 좋고, 햇빛이 잘 들면, 그 산업에 속한 직업이라는 나무 대부분이 잘 자랄 수 있다. 반면 그 숲의 토양이 오염되고 기후가 나빠지면 몇몇 나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는 성장에 있어서 시련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개별 학과 및 직업에 대한 정보 못지않게 계열에 대한 전망 및 정보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과에서 경영학과로 바꾸기는 쉬워도 상경계열에서 의료계열로 변경하기는 어렵다. 개별 학과와 직업에 대한 정보 못지않게 계열에 대한 전망과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6~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교육기부 박람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탐색해 보고 있다.   사진제공=김봉억 기자

학과는 바꿀 수 있어도 계열은 일단 선택하면 변경하기가 어렵다. 경제학과에서 경영학과로 변경하기는 쉬워도 상경계열에서 의료계열로 변경하기는 어렵다. 흔히 전공계열은 크게 인문계열, 사회계열, 교육계열, 공학계열, 의학계열, 이과계열, 예체능계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계열별 취업자의 고용현황을 살펴보고(아래<표 > 참고), 각 계열별 진로탐색 시 고려할 사항을 알아보자.

교육계열 : 저출산·고령화로 위협받는 분야

교육계열의 키워드는‘저출산’및‘고령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 높은 대학 진학률, 인구 증가는 교육산업 팽창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은 양적으로 올라갈 곳이 없다. 젊고 귀여운 학생이 아닌 나이든 학생을 교육시킬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 없어지고, 변두리 학교는 학생이 없어 폐교되고 있으며, 신규 교원 임용은 감소하고 있다. 만약 교육계열을 희망한다면 인구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제도적 변화를 꼼꼼히 따져보기 바란다.

현실적 문제를 떠나 말하기를 좋아하고, 반복적이고 규범 준수를 잘 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분야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에 대한 전달능력이 중요하다. 교육계열의 진로를 희망한다면 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교육 외에 직업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교육계열에는 교육학과, 유아교육과, 초등교육학과, 중등교육학, 특수교육학과 등이 있다. 졸업자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은 교사, 강사,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총무사무원, 특수학교교사 등의 순이다.

인문어문계열이나 교육계열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이자, 인성을 만들려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따뜻하게 출발한다. 따라서 사람의 잘못된 점, 혹은 부족한 결과에 대해 관대하다. 반면 사회계열은 법률과 같은‘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며, 인간의 행동과 결과를 가치와 수치로 표현하기 때문에 끝없는 경쟁을 강요받는 분야다. 영업 실적, 펀드 운영 실적, 승소 실적 등 숫자로 표현되는 수많은 실적 경쟁을 하게 된다.

사회계열 : 경쟁과 제도 속에서 갈등하는 분야

사회계열의 직업의 특성은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 실적을 만들어야 되므로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사회라는 커다란 공동체는‘숫자’와‘제도’로써 관리·운영된다는 것이다. 상경계열 학과는 금전이라는 실적을 추구하며, 법과대학, 정치행정 대학은 제도라는 틀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을 움직이는 설득력이 중요하다. 수많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고, 사는 사람은 싸게 구매하고 싶기에 대립되는 갈등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경영학, 경제학, 행정학, 사회복지학, 법학 등이 대표적인 사회계열 학과다. 사회계열 졸업자들은 기획 및 마케팅사무원, 총무사무원, 제품 및 광고 영업사원, 회계사무원, 공무원 등의 분야로 많이 진출한다. 사회계열은 다른 계열과 비교해 취업도 용이하며 임금 수준도 높으나 그만큼 경쟁이라는 스트레스가 많은 계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문·어문계열 : 느림의 미학이 빠름의 미학에게 도전받고 있는 분야

인문·어문계열 학과의 키워드는‘언어’와‘인간’으로,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더욱이 대한민국과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해 치열한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들 학과 졸업자의 취업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인문·어문계열 학과는‘빠름의 미학’을 추구하는 정보통신 분야에 의해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서적은 문헌정보학과의 존립을 위협하고, 각종 통·번역소프트웨어는 어문계열 졸업자 입지를 좁히고 있다. 취업에 있어서 인문·어문계열의 이러한 현실은 각종 고용통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졸업자의 상당수가 전공분야와 다르게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밥의 문제를 떠나 사람이 좋고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걸어야할 길이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장기를 펼치기에 좋은 분야다. 만약 인문·어문계열의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면, 복수전공(경영학, 학 등)을 통해 취업이라는 현실적 도전을 이겨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도전은 이겨내면 더 큰 기회가 된다.

인문·어문계열은 기본인 종교 및 철학과를 필두로 영어영문학, 국어국문학, 종교학 등이 대표적인 학과다. 독어독문학, 불어불문학, 일어일문학 등의 각종 어학 관련 학과, 역사 및 고고학과, 심리학과, 문헌정보학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계열 출신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으로는 문리 및 어학 강사, 성직자, 교사, 총무사무원 기획 및 마케팅 사무원, 상점판매원 등이 있다.

흔히 미래 사회를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 감성이 중시되는 사회)로 표현한다. 제러미 리프킨(『노동의 종말』저자)은 과학기술의 혁신, 생산성 향상 등으로 근로시간이 현격히 단축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축된 근로시간을 인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될까. 어쩌면 미래에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문예 부흥의 동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예체능계열 : 승자독식의 심각한 불균형이 있는 분야

이 질문에 많은 미래학자는 노동과 여가가 분리되기보단 혼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예체능계열의 산업적 전망은 밝다. 하지만 예체능과 관련한 노동시장은 그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심각한 불균형을 가진다. 소녀시대의 3년간 매출액이 688억이라는 최근 기사는 예체능계열이 가진 분배 불균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그래서 어느 계열보다 타고난 재능과 적성이 중요하다. 사실 인문·어문계열, 사회계열, 교육계열의 경우 적성보다 적응과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체능계열의 경우 타고난 신체적 특성과 재능이 매우 중요하다. 신장 170센티미터의 키로서 성공한 농구선수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창의력과 타고난 재능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에 귀 기울어야 된다.

예체능계열은 산업디자인학과, 체육학과부터 미용학과, 실용음악가, 조소과 등 다양한 학과가 존재하며, 졸업자들은 예능강사, 시각디자이너, 스포츠 및 레크레이션 강사, 상점 판매원, 예체능 교사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직업·진로·자격과 관련된 논문과 보고서를 150여 편 작성했으며, 주요 저서로『톡 까놓고 직업 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