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교류가 늘면서 세계가 점점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국제통상학과와 국제관계학과는 이러한 국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학과는 각각 다른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통상’이란 말 그대로 국가 간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다. 따라서 국제통상학은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국제관계학은 국가 간의 외교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치학이 기초가 된다.

평소 국제 뉴스와 시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국제관계학과를 노려볼 만하다. 사진은 한국외국어대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유엔 모의총회에 참가한 대학생들.   사진제공=한국외국어대 홍보실

● 커리큘럼

국제통상학과는 국가 간 교역의 흐름, 국제 기업의 경영, 국제 거래의 실질적인 방법론 등을 통해 국제 통상 전문가를 배출하는 학과다. 따라서 경제학 과목이 많다. 국가 경제와 국제통상 및 국제비즈니스·무역 전반의 기본적인 지식을 교육한다. 또한 국제 거래 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통상법과 관련한 전문지식도 가르친다. 이외에도 컴퓨터를 활용한 인터넷 비즈니스, 국제 통상에 필수적인 외국어 교육, 거래와 관계되는 서한을 작성하는 실무교육도 병행한다. 무역영어는 필수적이다.

국제관계학과는 국제 문제를 분석하고,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지식을 갖춘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제정치와 관련한 커리큘럼이 대부분이다. 정치학, 국제관계론, 국제정치경제론, 비교정치론, 국제거래법, 국제법, 국제 관계 이슈 등이 있고, 대학에 따라 미국정치, 러시아정치, 유럽정치, 일본정치, 중국정치 등 각 국가별로 세부 과목을 운영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인류학, 사회학, 문화학 등의 다양한 학문과도 연계한다.

● 비전 및 졸업 후 진로

우리나라가 수출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최근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통상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상학과는 취업 분야 역시 다양하다. 금융회사를 비롯해 무역회사, 해운운송회사로 진출할 수 있으며, 일반 기업의 경우에도 해외 수출입 담당 부서로 취업할 수 있다. 수출지원센터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의 정부 투자기관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직업도 다양하다. 국제통상관리 전문가나 해외법인 관리자, 국제연합(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각종 국제기관에서 활동하는 국제공무원 등이 각광받고 있다. 관련 자격시험으로는 국제무역사, 무역영어,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 관세사, 금융자산관리사, 자산관리사 등이 있다.

국제관계학과 졸업생은 KOICA(한국국제협력단),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정분야에 진출해 있다. 외무고시 및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으로 진출하거나 정치계에 입문할 수도 있다. 언론매체나 국내외 NGO 단체, UN 등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각 업종별로 국제 문제에 밝은 인재를 요구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 적성 및 준비사항

국제통상학과나 국제관계학은 모두 외국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영어를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전공 공부 및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된다. 특정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평소 어학 공부에 재미를 갖거나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그러나 국제통상학과는 경제·경영분야이므로 지원하려는 학생은 기업 경영과 무역, 경제 동향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비즈니스 실무 능력과 관련된 컴퓨터, 회계 및 통계에 관해서도 평소에 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국제관계학은 평소 다양한 국가와 우리나라의 외교문제에 관심이 많고, 국제 뉴스 및 시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추천한다.

이화여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협력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연우 씨는 국제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는 고등학생들에게“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스터디를 꾸려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을 매일 스크랩하고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해 토론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시야를 넓게 갖고 외신을 주기적으로 접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더불어“국제기구로 진출하려는 학생에게 영어나 제2외국어는 거의 필수”라며 외국어 학습을 강조했다.

● 학과 선택 시 유의할 점

무역학과나 국제통상학과는 1960년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에 설치됐지만 이제는 우리 경제가 세계화에 익숙해진 만큼 기존의 경제학과나 경영학과에 편입되는 추세다. 서울대는 1995년부터 국제경제학과와 경제학과를 경제학부로 통합했다. 다른 대학 역시 경제학·경영학과에서 국제 금융, 국제 기업 경영, 국제 마케팅 등의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학이나 국제통상학과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대학이라도 경제학, 경영학과에서 관련 과목을 배울 수 있으니 학과를 선택할 때는 커리큘럼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한 국제통상과 국제관계를 각각 글로벌비즈니스와 글로벌리더 전공으로 나누는 등 학교마다 학과 명칭이나 분류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점도 살펴야 한다.

국제통상학과와 비슷한 학과로 국제물류학과가 있다. ‘물류’라고 하면 아직까지 택배를 주로 떠올리지만 국제물류학은 국가 간 다양한 품목을 거래하고 유통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다룬다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폭이 넓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 물류 중심 국가로 급성장하고 있어 물류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물류학과는 국제상거래법, 무역실무, 경영·경제학원론을 다룬다는 점에서 무역·통상학과와 비슷하지만 물품의 유통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금 다르다. 국제물류학과에서는 원료 조달부터 유통·판매의 시스템 등을 교육한다. 졸업 후에는 국내외 글로벌 물류유통업체, 해운·항만·무역업체, 정부기관, 연구소 등에서 물류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