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이 지나갑니다. 이쯤 되면 재작년 봄에 첫째가 간만에 학교에서 집으로 올라온 기억이 떠오릅니다. 갓 고3이 된 첫째는 평소에 자주 보지 않던 수능문제집을 보기 시작했고 복잡한 문제를 푸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런 첫째가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수험생시절 때는 여느 학생들처럼 치열한 입시체제에 부딪히며 경쟁하던 순간이 가끔씩 떠오릅니다.

올해는 둘째가 고3이 됐습니다. 본인의 꿈을 따라 경남 고성으로 내려갔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수험생’으로 불리며 고3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인문계 고3과는 다르게 대학 진학 아니면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의 고3 수험생이란 점에서 아마 본인 스스로도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조금은 헷갈릴 것입니다.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첫째가 고3 수험생의 시간을 보내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수능공부에 한숨을 쉬고 다른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입시 체제에 힘들어 하던 때를 생각하면 제 자식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힘들어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고3 담임선생님들께 작게나마 몇 가지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제 아들 같이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 담임선생님이란 어버이와도 같은 분이시기에 이렇게 부탁을 드려봅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취업이든 입시든 주변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에서 본인 스스로 숨이 막히고 힘들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가끔씩 예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선생님 얼굴에 주름 하나를 새길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을 야단치기보단 고3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숨 막히는 경쟁을 하는 아이들이라 많이 힘들 것이고, 9월부터는 더 힘들어 질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경쟁 속에서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게 이해해 주시고, 야단치기보단 훈계하며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해가 수험생들을 응원해 주는 큰 버팀목이 돼 줄 것입니다.

꿈을 찾아 이곳까지 온 아이들의 꿈을 최대한 응원해주셔요. 지금 아이들은 두 갈래길 앞에 있습니다. 좀 더 넓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대학 입시의 길을 걸을지, 그동안 배웠던 공부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실력을 펼칠 취업의 길을 걸을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느 길을 선택하든 최대한 응원해주시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끔 신문이나 뉴스에 비춰지는 고3 수험생과 담임선생님의 대화를 보면 참으로 삭막한 듯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곳에 진학하고 싶어도 성적이 안 되느니, 반드시 떨어진다느니 등의 말로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꿈을 딱 잘라버리는 모습이 안쓰럽고 속상합니다.

세상일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법입니다. 후보생이 잘 빠지지 않는 학과에 후보 1위가 된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학생의 담임선생님은 다른 대학을 알아보라며 아이에게 그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라 했지만, 학생은 그 학과에 합격하고 싶었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학생은 추가 합격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그렇게도 안 된다고 하셨지만, 그 학생은 합격했습니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고, 입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꿈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르지 마시고 함께 고민해주세요. 최대한 그 아이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시고 그게 힘들다면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이룰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 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세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들 중 고3 담임선생님은 웬만한 선생님들이 피하는 업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때는 성적 관리에 힘써야 하며, 취업이나 대학 진학을 위해서 면접을 보러 가면 퇴근해서도 핸드폰을 붙잡고 학생들을 응원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제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돼 주신 점이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모쪼록 아이들을 잘 부탁드리며, 날이 아직 쌀쌀합니다. 항상 건강 챙기시며 아이들을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유미경 (강원도 철원, 고3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