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YTN 기상캐스터
ⓒ 최성욱 기자

기상캐스터가 뉴스에서 날씨만 전달하던 시대는 갔다. 천문상식과 별자리 이야기, 뉴스 속의 날씨, 레포츠와 날씨, 명사 인터뷰 MC 등등 이들은 일기예보를 기본으로, 날씨 관련 프로그램을 이끈다. 특히 YTN은 지난해 날씨전문채널 <YTN WEATHER>(www.ytnweather.co.kr)를 개국해 세계·경제·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날씨정보를 만들고 있다. YTN 웨더본부에 소속된 12명의 기상캐스터들은 이번 개편에서 중추다. 김수정 YTN 기상캐스터만 해도 일기예보 외에 방송 2~3개를 진행하고 있다. 기상캐스터는 어느덧 ‘방송인’의 영역에 들어와 있었다. 김 캐스터의 일과를 쫓아가봤다.

원고 쓰랴, 그래픽 그리랴 ‘바쁘다 바빠’

오후 근무자인 김 캐스터는 오후 3시 30분~4시 YTN(서울 남대문로) 20층 웨더본부로 출근한다. 그 길로 분장실에서 1시간 가량 헤어·메이크업부터 받는다. 4시 40분부터는 오늘 방송할 원고를 쓴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정보를 전달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상본부에 의상팀은 있지만, 작가는 따로 없다.)

주로 기상청의 방재기상사이트(www.kma.go.kr)를 통해 날씨를 분석한다. 기상청 방재기상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는 모든 방송사에서 이용한다. 1분 30초 분량의 원고를 쓰면서 배경에 들어갈 그래픽 초안도 잡아야 한다. 프레임별로 콘티를 짜는 것이다. 뉴스 화면 아래 한 줄 정보 ‘뉴스 스크롤’과 뉴스 앵커의 날씨 관련 멘트도 기상캐스터 몫이다.

“제 방송이니까, 원고와 그래픽을 당연히 제가 만드는 거에요. 예를 들면 ‘어제와 오늘의 날씨를 비교하는 그래픽은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든지. 그림을 그려서 영상(제작)팀에 넘겨주는 거죠. 타이틀(제목)도 제가 정해요. 원고와 그래픽을 영상(제작)팀에 맡기고, 그래픽이 완성되면 방송에 들어갑니다.”

ⓒ 최성욱 기자

5시, 뉴스가 시작하면 김 캐스터는 5시 40분쯤 등장한다. 일기예보를 마치면 또 방송이 있다. <YTN 웨더>의 ‘웨더24’에서 기상뉴스를 보도한다. 이곳 역시 손수 원고와 그래픽을 쓰고 그려서 영상팀에 맡긴다. “YTN이 뉴스 전문채널이다보니 매시간 뉴스가 있어요. 날씨도 매시간 들어가야 하잖아요. 빨리 만들어서 정확히 보도해야 합니다.”

‘웨더24’를 마치면 ‘7시 방송’ 전까지 잠깐 짬이 난다. 후배들 원고를 챙겨볼 시간이다. 이때는 후배들의 원고와 7시에 방송할 원고·그래픽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 저녁식사 시간이 빠듯하니 배달음식으로 때워야 할 때도 많다. 7시 방송을 마치면 8시에 라디오 예보가 잡혀있다. 이 시간에도 그의 손엔 후배들의 원고가 들려있다.

밤 10시 40분,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회사를 빠져나오면 11시가 넘는다. 김 캐스터를 만난 날은 오후 2시부터 ‘날씨로 읽는 경제’ 녹화가 있었다. 방송녹화가 있는 날엔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이르다. 그날 그는 정오에 출근하고 자정에 퇴근했다.

“24시간 뉴스채널이다보니 새벽 근무자가 따로 있어요.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은 날엔 자연스럽게 새벽근무로 이어지기도 한답니다.”

스튜디오는 ‘예보성’, 중계는 ‘현장성’

큰 폭으로 변하는 날씨 변화는 이들에게 중요한 뉴스다. 장마나 태풍이 휩쓸고 가는 여름이나 폭설과 결빙이 잦은 겨울은 가장 바쁘다. 그들만의 이야기 한 가지를 꼽자면 휴가다. “황사도 없고, 그저 포근하고 ‘평이한 날’에 주로 휴가를 떠나요. 초가을 쯤 될까요? 날씨가 급변하는 여름에는 기상캐스터 한 명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죠.” ‘일기예보 길라잡이’ 기상캐스터들의 숙명이다.

‘중계’(야외 현장보도)를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아주 덥거나, 아주 춥거나. 예컨대 고온현상이 지속되는 한여름, 서울의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을 때, 반대로 영하 14도까지 떨어졌을 때. 아니면 폭우로 마을이 침수됐을 때, 기상캐스터는 현장으로 간다. 극한의 더위와 추위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임무가 떨어진다.

“‘오늘 어땠다. 오늘 어떨 것이다.’ 스튜디오가 예보성이라면, 중계는 현장성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에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조금만 서있는데도 땀이 흐릅니다.’, ‘꽃이 아름답게 폈는데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눈이 이만큼 쌓였는데, 보이시죠?’ 바깥 날씨가 어떤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전달하는 거에요. 기상캐스터들끼리는 ‘3D 업종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현장은 언제나 우리를 가슴 뛰게 만들어요.”

방송은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웃지못할 헤프닝도 많다. 방송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강원도 속초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머니는 격앙돼 있었다. “속초 날씨는 왜 안 알려줘요! 산골이라고 무시하는 거에요?” 김 캐스터는 다음 방송에서 “속초의 오늘 낮 기온은 20도입니다”하고 (항의전화를 의식한 듯) 한번 짚어주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청에서 주는 정보를 알아듣기 쉽게 비교·분석해서 보여드리는 건데, 마치 우리가 잘못 알려줬다는 식으로 항의전화가 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부산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부산에서도 비가 안 내리는 지역이 있을 수 있거든요. 소나기니까. 그런데 시청자들은 항의를 해요. 이럴 땐 원고를 더 신중하게 준비합니다.”

김수정 캐스터(왼쪽)가 진행하는 ‘날씨로 읽는 경제’(YTN웨더)는 날씨와 비즈니스를 접목해 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제 기상캐스터는 일기예보 외에도 방송 MC, 진행, 리포터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욱 기자

일기예보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양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날씨에 생업이 걸린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기상캐스터는 주목받는 자리다. 1~2분의 정보지만 책임감이 무겁다. 김 캐스터는 기상캐스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겉모습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해요. 방송을 하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건 극히 일부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 대신 친근하고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투를 연구하세요. 일기예보를 매일매일 하다보면, 의외로 날씨가 비슷비슷한 날이 많거든요. 국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만의 멘트’를 만드세요. 후배들 원고를 봐줄 때도 꼭 ‘너만의 멘트를 쓰라’고 합니다. 발음은 기본이고요. 친절하고 편안하게 방송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