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문호 괴테는‘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고 말했다. 주로 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문과 또는 이과의 선택은 직업진로의 첫 단추와 같다. 혹자는 문과, 이과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뭐 어렵겠냐고 하겠지만, 실제 상당수 중·고등학생들이 어렵게 느낀다. 사실 선택의 가지 수는 두 개뿐이지만 큰 방향성을 설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열 선택의 경우 적성검사의 결과, 직업 가계도, 좋아하는 과목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적성검사 결과, 좋아하는 과목, 직업 가계도 등이 서로 일치하므로 쉽게 문과, 이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제시된 선택 기준에 일관성이 없거나, 대학 진학 가능성, 사회적 유망 정도 등의 현실적 기준 등이 추가되는 경우 계열 선택이 어렵다.

이번에는 지난 호(문과 분야)에 이어 이과 분야에 속한 자연계열, 공과계열 졸업자들의 종사자수, 소득, 평균학력 등의 고용 통계와 함께 각 전공 계열별 관전 포인트를 살펴볼 것이다.

자연계열 : 전공과 직업 일치 어려워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천문학 등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과학자 직업이 자연계열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자연계열 기초과학이라는 바탕 위에서 공과계열의 학과들이 열매와 꽃을 피운다. 공과계열과 달리 순수학문이므로 그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는 과학이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이 70%가 넘는 현실에서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 진리탐구의 기회를 부여할 회사나 연구소는 거의 없다. 따라서 4년제 대학 졸업장으로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거나 자신이 희망하는 과학자가 돼 진리탐구를 하기에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기업도 이런 특성을 잘 알기에 순수학문을 전공한 사람보다 공대와 같이 응용학문을 전공한 사람을 선호한다.

따라서 순수학문은 대학원을 진학해 교수 또는 연구자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4년제 대학 졸업장만으로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기가 어려운 계열의 학과들이다. 이런 계열의 특성은 전공학과 졸업자들의 취업현황에서도 쉽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인제대 전공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제공. 인제대 홍보실>

물론 학문의 뿌리를 탐구하므로 학부를 벗어나 일정한 경력(연구·교수 경력, 대학원 진학 등)이 쌓이면 공과계열과 같은 응용학문을 배운 사람보다 창의적인 연구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며, 위대한 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자연계열 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연계열 학과는 진리탐구를 위한 지적호기심이 강하고, 논리력이 강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계열이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한다면 자연계열 선택은 금상첨화다.

수학, 통계학, 생물학, 물리학, 식품영양학, 식품공학 등이 대표적인 자연계열 학과다.

졸업자의 취업 분야는 문리 및 어학 강사, 중·고등학교 교사, 상점 판매원, 기획 및 마케팅 사무원, 총무 사무원, 제품 영업원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과 취업 분야가 서로 상이한 것은 자연계열 졸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공학계열 : 취업 쉽지만 변화에 적응해야

공학계열은 기초연구 및 진리탐구보다 산업계가 필요한 응용기술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변화를 교육내용에 신속하게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 장비나 기술을 대학에서 교육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실제 교육은 실기보다 이론 중심으로 교육되는 경향이 있다.

공학계열의 경우 취업하려면 국가기술자격증 몇 개는 취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공학계열 대학생의 상당수는 학과수업 외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험서 공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관련한 내용이 시험과목으로 출제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합격률은 회계사, 변리사 등의 전문자격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공학계열 학과들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취업이 잘되는 학과들이 많이 포함돼 있으며,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초기 취업률이 높은 반면 취업 후 10~20년 뒤에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게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공학계열 출신이 직장을 많이 떠나야 했다. 빠른 기술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새로운 기술을 매번 배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 출현하므로 과거 배운 기술이 쓸모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요되는 기술이 특정한 기업에 한정돼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취업 후 이직할 만한 회사가 많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따라서 많은 공학계열 출신자들이 새로운 신기술을 습득하려고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지만 상당수가 퇴직 후 수십 년간 배운 기술을 활용할 회사가 없어 새로운 직업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인제대 학생들이 '멘토와 함께 하는 신약개발 캠프'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제대 홍보실>

앞서 자연계열의 학과들이 나무의 몸통이나 큰 가지로 비유된다면 공학계열의 학과들은 파생된 잔가지와 같은 학과들이다. 학과 명칭도 자주 변경되며 각 기술간 융합에 의해서 새로운 학과가 생성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공학계열의 많은 학과들은 졸업 후 생산현장에 배치돼 근무하는 경우가 많으며, 반복적 실험 및 작업을 수행해야 되므로 인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즉 공학계열은 문화예술 분야와 달리 1%의 영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99%의 땀이 중요한 분야다.

공학계열의 주요학과로는 전기공학, 전자공학, 건축공학, 토목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화학공학 등이 있다.

졸업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은 건축가 및 건축공학기술자, 기계공학기술자 및 연구원, 토목공학기술자, 제품 및 광고 영업사원, 생산 및 품질관리 사무원, 기획 및 마케팅 사무원 등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직업, 자격, 진로와 관련해 200여 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주요 저서로『톡 까놓고 직업 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