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4년제 종합대학이 아닌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에 손을 들어 주었다. 오바마는 지난 7월 미시간 주에 소재한 매콤(Macomb) 전문대학의 한 강연회에서 202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산업 역군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에 1백20억 달러(한화 15조원 규모)를 쏟아 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학문 중심의 종합대학이 아닌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 전문대학에 ‘미국 대학 졸업생 취업 우선권(American Graduation Initiative)’을 부여한 것이다.

    오바마의 이러한 발상은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직업교육 선진국들이 기술인력양성교육, 성인직업교육, 평생직업교육을 핵심적으로 추진한 사례들을 시의적절하게 읽어낸 신선한 충격(Supercool)이라 할 만하다. 이미 유럽과 구미의 직업교육 선진국들은 단순히 기술인력 양성만을 위한 직업교육을 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제 및 교과과정 혁신을 통해 2년제와 4년제를 탄력적으로 묶는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 College)’를 통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1년제, 2년제, 3년제, 4년제, 심지어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신축적으로 개설·운영하고 있다. 즉 전문학사, 준학사, 학사, 전문석사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의 초점도 다양하게 맞춰져 있다. 학습 주체인 학생 수준에 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 수요패턴에 맞춰, 지역산업클러스터에 부응해, 직능별 수준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최근 특수전문대학인 한국철도대학과 농협대학에서 보다 전문적인 심화교육을 명분으로 대학원을 부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전문대학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대학 특성화 분야를 성장엔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있다. 학제의 경우, 보건계열 등 일부 학과를 중심으로 이미 3년제가 도입됐고, 2007년부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도입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적재적소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전문대학은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성장을 꾀하며 발전해 왔다. 최초 형태인 ‘실업고등전문학교’에서 9개교 9백53명으로 출발해 30년이 경과한 현재 1백46개교 23만3천729명이 됐다. 학과 역시 23개 학과에서 1천380개 과정으로 성장,분화했다. 학사운영에서도 학기제, 학점은행제, 산업체위탁교육, 주문식교육, 협약학과 및 특약학과, 해외인턴십제, 실습학기제, 국내외 대학 학점교류제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며 우리 고등교육의 42%를 감당해내고 있다.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의 장점은 높은 취업률에 있다. 전문대학은 2008년 대학 취업률 기준 85%를 상회해 4년제 대학보다 높은 취업률을 달성했다. 특히 ‘불황에 강한 대학’으로 인식되면서 취업 유망학과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재입학이 늘어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008년도 재입학자는 4천595명으로, 2001년 2천668명에 비해 거의 2배나 늘어났다. 이같은 학력 유턴(U-turn)현상은 평생직업교육체제 구현이라는 전문대학 설립의 본질적 취지와 맞닿아 있어 고무적이다.

    한편, 전문대학은 이제 산업체 근로자의 위탁교육 등을 통해 일터와 대학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른바 ‘일터에서 대학으로(Work to School), 대학에서 일터로(School to Work)’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적령기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성인 교육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만족도와 취업률 등 여러 부문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이는 전문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직업교육 노하우를 해외로 확산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우수 교육 프로그램을 현지 근로자의 교육에 적용하고, 기업 맞춤형 콘텐츠로 전환하는 등 프로그램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전문화한 교육, 특성화한 대학에 초점을 두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교육 수요에 대응해 전략 도출과 비전 창출에 역량을 모으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문위원

필자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기자로 10여년 활동했다. 1999년 전남도립대학 교수로 부임해 기획홍보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남도립대학 사회복지과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