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격인 항공교통관제사는 항공기 조종사의 이착륙과 항로를 안내해준다. 다양한 국적의 조종사들과 통신을 위해 영어실력이 요구된다.  <사진제공. 한서대 홍보팀>

항공 활주로 옆은 대개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만약 실수로 비행기가 잔디밭에 착륙하면 어떻게 될까. 활주로나 잔디밭이나 같은 평지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잔디밭의 지면이 너무 부드럽기 때문이다. 기체의 무게에 눌려 바퀴가 땅으로 가라앉으면 비행기는 무게중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심할 경우엔 비행기가 뒤집혀버리기도 한다.

몇 번을 곱씹어 봐도 하늘을 난다는 건 신화처럼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비행과 관련된 직업들, 대표적으로 항공기 조종사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다. 파일럿이라 불리는 항공기 조종사는 엔진을 멈출 때까지 기체와 탑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진다. 그리고 안전한 비행을 위해 승무원, 정비원, 관제사 등 여러 직업인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이 가운데 하늘과 땅에서 서로를 도와 비행을 책임지는 항공기 조종사와 항공교통관제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이 둘의 관계는 배와 등대로 비유되곤 하는데, 등대 격인 항공교통관제사는, 배가 항구에 들어올 때 길을 잃지 않게 불을 밝혀주는 것처럼 항공기 조종사의 이착륙과 항로를 안내해준다.

어떤 일을 할까요

두 직업은 안전한 비행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는 일의 목적이 같다. 그러나 하는 일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항공기 조종사는 말 그대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운송용, 사업용, 자가용 항공기 및 헬리콥터 등을 조종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종사는 민간항공사(대표적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에서 승객을 실은 여객기만 조종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항공화물회사에서 화물기만 운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민간항공사에서도 여객기만 운항하는 것은 아니며, 대개는 화물기와 여객기를 반반 정도 운항한다. 참고로 여객기 운항과 화물기 운항에도 차이가 있는데, 여객기는 비교적 항로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고, 화물기는 인명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대신 화물기는 목적지가 여러 곳이어서 전체 운항거리가 상당히 긴 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 때문에 조종사들마다 여객기과 화물기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고 한다.

요즘 항공기 조종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조종하는 자동항법장치가 잘 발달돼 있어 과거처럼 모든 조종을 수동으로 하지는 않는다. 단 이착륙, 특히 이륙만큼은 반드시 조종사들이 수동으로 해야 해서 이에 대한 훈련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운항은 기장과 부조종사가 함께 한다. 이때 기장은 비행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파악해 운항의 처음과 끝을 총괄 책임진다. 부조종사는 기장과 함께 비행계획서, 기상, 출발지, 운항경로, 목적지 등을 검토하고, 출발 전에 비행에 필요한 제반 절차와 서류, 기상, 연료량, 항로 등을 재확인한다.

한편 항공교통관제사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돕는 ‘하늘 위의 교통경찰’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항공기가 지상에 있는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게 통제하고, 항공기의 이착륙 순서와 시기, 방법 등을 지시해 항공교통 질서를 유지한다. 주로 관제탑 접근관제소, 항공교통센터에서 일하며, 일부 민간 관제사를 제외하고는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에 속한다.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공기 조종사와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항공 관련 학과들이 개설된 대학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항공 분야와 무관한 전공을 공부했을 경우에는 진입에 제한이 생긴다.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군을 거치는 방법으로, 공군사관학교나 대학의 한공운항과에 입학해서 공군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조종사가 되는 방법이 있다. 둘째는 항공조종사 전문교육기관 또는 일반 민간 비행교육원에서 교육을 이수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으로 비행교육을 마치게 되면 조종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참고로 조종사 자격증은 운송용, 사업용, 자가용 세 가지가 있는데, 자격의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비행시간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운송용 조종사는 약 1천500시간, 사업용 조종사는 약 200시간 이상, 자가용 조종사는 40시간 이상 비행기를 조종해 봐야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에 있는 항공대학교나 비행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조종사가 될 수 있다.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 및 훈련을 받은 후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관련 교육 및 훈련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국토해양부 지정 전문교육기관(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공군교육사령부 항공교통관제사 전문교육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관제교육원, 한서대학교 항공교통관제교육원)에서 항공교통관제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둘째,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의 지휘·감독 아래 9개월 이상의 관제실무 경력이 있거나, 민간항공에 사용되는 군(軍)의 관제시설에서 9개월 이상 관제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으면 응시가 가능하다.

셋째, 항공교통관제사 학과 시험과목을 교육받고 6개월 이상 실제로 관제업무를 하면 자격시험에 응시가 가능하다. 관련 학과로는 전문대학 및 대학교의 항공교통학과, 항공교통관리학과, 항공교통물류학과, 항공운항과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외국 정부가 발행한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을 소지한 경우에도 응시할 수 있다.

필요한 능력과 자질은

엄청난 무게의 기계가 하늘을 나는,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승객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조종사다. 또한 조종사의 경우, 긴장을 많이 하는 이착륙 시기에 항공교통관제사에게 가장 많은 의지를 하게 된다. 서로를 도우며 일하는 두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 때문에 요구되는 능력과 기술도 다양하다.

항공기 조종사의 경우, 오랜 비행과 불규칙한 근무환경 때문에 건강한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항공사에 입사하려면 항공사에서 신체검사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내 항공법 시행규칙 및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신체검사 기준에 따른 ‘항공 종사자 신체검사’를 일차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또한 기상 이변 등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되고,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생활할 수도 있으므로 외로움을 견디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항공기 조종사의 정년은 일반적으로 만 55세이나 민간항공사에서는 노련한 경력 조종사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기관리를 잘 하면 정년 이후에도 위탁조종사로 근무할 수 있다.

관제사 역시 24시간 운영되는 시설에서 1일 3교대 등으로 근무하려면 불규칙한 근무시간에 적응하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상이변 등의 상황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과 순발력, 다양한 국적의 조종사들과 통신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영어 실력이 요구된다.
항공기조종사는 해외 경험을 자주 할 수 있고 연봉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오랜 훈련과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공교통관제사 역시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어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으로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두 직업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해당 직업의 장·단점과 현실적인 장애요인들을 확인하고 이에 맞게 진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방법

△ 공사 및 대학 졸업 후 공군 복무
    - 공군사관학교 졸업 → 공군에서 군조종사로 10년 이상 복무 →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취업
    - 대학교의 항공운항과, 항공조종학과, 항공학과 입학 → 3학년 때 학군단(ROTC) 편입 → 공군으로
      군복무 → 민간 항공사 조종사로 취업(개설대학: 한국항공대, 한서대, 극동대, 경운대, 초당대 등)
△ 항공조종사 전문교육기관 및 일반 비행교육원
    - 전문교육기관 이수 후 항공사 취업(한국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 한서대 부설 비행교육원,
      공군교육사령부 비행학교, 육군항공학교, 해군 제6전단 등)
    - 일반 비행교육원 이수 후 항공사 취업(울진 비행교육원 등)
△ 외국유학
    -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항공대학교 및 사설 비행교육원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