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올라가 본다. 2녀 1남, 세 번째 아이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대인 1994년에 값비싼 아들을 낳았다. 딸을 낳고 뒤늦게 얻은 아들이라서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버릇없이 키워진 너의 문제 행동을 6살 때에야 알게 됐지. 그리고 천방지축으로 유치원 생활을 해왔던 너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기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단다. 교육을 두 배로 계산해 12년 생활습관 교정을 목표로 두고 굳은 신념으로 밀고나갔지. 때론 따뜻한 대화로 때론 채찍질로 이끌어 왔었지.

초등학교시절 내가 제일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행동해 친구들에게 피해준 여러 번의 사건들을 알게 되면서 피해자 부모님께 전화드릴 때 아들자식 옆에 앉혀 놓고 사죄하며 본인의 잘못된 행동을 깨달아 조금씩 변화해 가기를 기도했단다. 중학교 사춘기 때 친구들과 휩쓸려 어두운 골목들을 찾아다니는 너를 보며 옆길로 완전히 새버릴까 항상 조바심에 마음을 졸였다. 제시간에 안 들어오면 PC방, 길거리 할 것 없이 수소문하며 찾아다니기를 몇 년.

이렇게 마음을 애태웠던 아들을 믿어주고 타이르며 어느덧 고등학교 입학 시기를 앞두고, 당시 우리 지역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로부터 1년 장학증서 제의를 받았다. 그 힘든 시기에 아들을 이끌어 오면서 너를 놓지 않았던 결과였다. 아들 스스로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감으로 가득 차서는 마음을 돌아 세우고 굳은 각오로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서를 제의 받은 학교와 다른 고등학교로 입학했을 때 행여 아들이 실망해 좌절하지 않을까 속 타는 마음을 숨기고 이 학교 입학에도 무언가 뜻이 있을 거라며 위로했다. 그때 당시 엄마가 너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니? 너에게 현재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이곳에서 얻게 될 소중한 경험들을 생각하라고 했었지. 문제 행동을 가끔씩 일으켰던 너를 학교는 인성적으로 보듬어 줬고 내치지 않았다. 따뜻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점점 학업에 열중하게 되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감사함을 느낀단다.

이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매진하고 있을 아들아. 지금까지 네가 걸어오던 길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을 잊지 말고 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며 살기를 소원한단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힘든 과정을 잘 견뎌준 아들이 있기에 엄마는 네가 이 경험을 거울삼아 더 성숙한 어른이 될 거라 믿는다.

수능 시험! 이 땅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겐 특명과도 같은 말일 거라 생각한다. 시험 잘보고 좋은 학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아서 중심이 확고한 아들의 모습이 더 중요하단다.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네가 원하는 목표에 최종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렴. 하루하루의 삶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이지만 현재의 수능은 인생의 수많은 레이스 종목 중 하나일 뿐이란다.

대한민국에 수능을 앞둔 자녀들 중 이처럼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고 자란 자녀들이 있겠는가. 수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몇 년을 뛰고는 있지만 올림픽에 여러 종목의 경기가 있듯 인생의 수많은 경기 종목 중 하나의 종목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 전부를 건 시험에 앞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깔린 무거움이 조금은 가벼워졌음 하는 바람이다. 혹이나 네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항상 굳센 의지로 도전한다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것이라 확신한단다. 우리 아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수험생들, 파이팅!

채선 / 전북 익산·고3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