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찾아 도전하는 친구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릴 수 있는 향수가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어오."

부산 성지고 3학년 박주언 양(사진)의 꿈은 조금 특별하다.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인 일본에 진출해 그곳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성공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포부다. 2년 동안 같은 반에서 생활하면서 지켜봤던 주언 양의 모습은 늘 일본어 단어를 외우거나 영어 듣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어 급수시험 통과를 위해 밤을 새는 일도 부지기수. 늘 피곤함에 지쳐 엎드려 자는 주언 양의 모습이 딱해서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해?”씩 한번 웃어 보이며 하는 그녀의 말.“ 하고 싶으니까.”우문현답이다.

△ 애니메이션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어떻게 정하게 된거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매일 집에 혼자 있었어. 쓸쓸하고 무서울 때마다 TV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잠이 들고는 했거든. 문득 어렸을 때 봤던 애니메이션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봤더니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작품이었어. 그 속에 많은 감동이나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그래서 만화의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서 내가 받았던 그 감동들을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 그렇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어?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일본음악을 들었는데, 그 노래를 부른 가수, 가수가 나온 방송 등을 보면서 일본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혼자 공부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보면서 청해가 늘었어. 어느 순간 자막이 없이도 일본 방송을 보고 듣고 이해하게 됐어.

중3이 돼서 고교 진학이나 진로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 일본어에 대한 실력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JLPT(일본어능력)시험 3급에 도전했고 청해 만점을 비롯해 좋은 점수로 합격했어. 그때부터 부모님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어.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야자’라는 것을 하고, 한국 대학의 현실에 대해 알아 가면서‘과연 내가 공부로서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어. 왜냐하면 내가 희망해 왔던 대학교는 꿈도 꿀 수 없는 성적이었거든. 그래서 나는‘내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오랫동안 흥미를 가진 것’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을 해봤어. 대학과 진로를 다시 알아보면서 일본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공부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공부할 수 있는 문학부로 과를 정했어.

대학교는 와세다 대학교와 도시샤 대학교가 지금 1순위와 2순위야. 와세다 대학교는 문학부에서 열 개가 넘는 과가 있어서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고, 도시샤 대학교 역시 문학부가 잘 돼 있고 또 윤동주 시인이 나왔던 대학교야. 그래서 도시샤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울 것 같아.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지고 나니 오히려 더 공부가 잘 됐어. JLPT 1급을 딴 것을 비롯해 일본유학시험(EJU-우리나라의 수능)을 준비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길이지만, 나름대로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

△ 애니메이션 감독이 된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 역사로 인해 다들 마음 한구석에는 반일감정을 담고 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일본에 대해 공부하면서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러한 오해를 풀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내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릴 수 있는, 향수가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어.”

△ 너처럼 특별한 꿈을 지망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나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 앞에 놓여 있을 때 진짜 막막했는데, 그래도 진지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던 원인인 것 같아. 하루하루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꿈에 한 발짝씩 내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믿어.”

천혜린 학생기자 / 부산 성지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