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종잡을 수 없는 전형’으로 통한다. 교사와 학생들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합격의 키를 거머쥔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에게 준비과정과 합격의 비법을 물어봤다.

최성욱(사회)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전형이 있던데 어떤 전형에 합격했나.

윤이나 가톨릭대 인문학부에 잠재능력우수자전형으로 합격했다. 1차는 서류전형 100%이고, 2차는 1차 서류전형 점수 60%, 면접 40%다.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다는 것을 믿고 지원했다.

고은별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에 리더십 및 사회통합전형 중 리더십전형에 응시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활동 내용을 정리했다. 외교관이 꿈인데 한국외대가 교환학생 제도가 잘 돼 있고 외교관 배출비율이 높아서 선택했다.

신재연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했다. 1단계는 내신성적과 자기추천서 등으로, 2차는 면접과 담임교사 면담이 이뤄졌다. 한양대는 전통있는 공과대학을 갖고 있고 교수진도 좋다고 생각했다.

사회 수상경력이 화려할 것 같다. ‘스펙’, 얼마나 만들어야 하나.

재연 주변에 공부를 잘하거나 수상 경력이 많은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스펙’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상을 몇 개나 탔느냐보다 어떤 분야에서 꾸준히 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수상 경력 쌓기에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하면 자연스럽게 잠재력이 돋보일 것이다.

이나 꾸준히 자기 분야를 개척해 나가라는 데 공감한다. 나는 상이라면 고교 3년간 총 30개 정도 받았다. 그런데 ‘큰 상’은 없다. 장관상을 받고 대통령 앞에서 낭독한 친구가 있었는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나는 붙고 그 친구는 떨어졌다. 조급한 마음에 학과선택보다 경력쌓기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러면 열심히 하고도 ‘버리는 스펙’이 생길 수 있다.

은별 맞다. 입학사정관들은 얼마나 노력 했는가, 얻은 게 무엇인가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깨달음 정도를 평가한다. 예컨대 우리 학교에 반장·부반장만해도 모두 48명이다. 이들이 모두 ‘리더십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특색을 갖춰야 한다. 반장으로서 급원들에게 알림장을 써 주는 소소한 활동도 소중하다. 단순해도 괜찮다. 배운 것, 깨달은 것이 중요하다.

이나 은별이 말대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꼭 상을 받지 않고, 탈락 했어도 얻은 게 있으면 경력이 된다. 바꿔 말하면 1등을 해도 느낀 바가 없으면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사회 내신성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1~2등급의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재연 내신성적이 높다고 손해볼 건 없으니까, 성적이 낮다고 좋을 건 없으니, 어느 정도 되는 게 마음 편하다.

이나 입학사정관들이 말하길, 내신성적은 학과 충실도를 보는 것이다. 국문과 지망생이 국어성적이 나쁘다면 좀 모순 아니겠나.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내신성적은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은별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평소 자기 실력을 기준으로 대학을 지원한다. 내가 몇 등급쯤 되니까 이 정도 학교는 붙겠지 하고 말이다. 그 대학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성적을 전에 보느냐 후에 보느냐가 관건인데…. 근데 성적이 7~9등급이라면 1차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다.

사회 입학사정관 전형을 지원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방학에 뭘 해야하나.

재연 9월이면 수능이 두 달도 안 남은 시기다. 나는 포트폴리오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수시 원서에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등등 1주일은 교무실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마감에 임박해서야 겨우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고3에게 9월 모의고사는 정말 중요한데 나는 자기소개서 쓰느라…

은별 자기소개서는 양식이 살짝 달라지긴 해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니까 완성품을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포트폴리오는 여름방학에 틈틈이 만들어 놓고 접수 전에 선생님께 봐달라고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사회 입학사정관제는 면접이 당락을 좌우할 텐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은별 친구들과 토론했다.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서 불안했지만 학원은 안다녔다. 지원동기는 ‘이 대학 아니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된다. 어떤 질문이든 장점을 묻다가 단점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떨지 않고 자기 생각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면접을 즐기고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면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확신이 담긴 진실을 말해야 한다.

이나 답변을 사전에 외우거나 배워서 하면 분명히 말이 엉킨다. ‘자기말’을 하는 학생들은 술술 풀어간다. 면접장에 들어서서 말이 꼬이면 끝이다.

재연 자기 생각을 어떻게 꺼내 놓느냐에 대한 연습은 필요해도 학원을 굳이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웃는 인상이 중요하다. 긴장하지 않고 웃으면서 면접에 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사회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재연 경험이 큰 자산이다. 해외봉사 가는 게 부러웠는데 집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굳이 해외봉사가 아니어도, 집안이 어려우면 자기 힘으로 이끌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나도 대회 상금으로 탄 50만원을 고교 3년치 책값으로 썼다. 친구들은 방학이 되면 해외여행도 가고 많은 경험들을 하는데 나는 이런 거 한 번도 못해봤다. 이런 나도 붙었다.

은별 나도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조금만 찾아보면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나는 영국도 공짜로 다녀왔다. 모의유엔이나 모의WHO도 참여했다. 여러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어려운 집안 형편을 오히려 메리트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봉사는 못 가지만 ‘나는 이런 것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먹어야한다.

이나 해외봉사는 단기성이다. 이제는 입학사정관들도 다 안다. 그리고 봉사활동 사진이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 봉사활동 증명서가 있는데 왜 따로 사진을 넣어야하나. 사진이 있다는 게 마이너스 요인 아니냐. 이처럼 스펙만 좇다보면 무엇이 본질인지 망각하게 된다. 이 점을 후배들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