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바뀌지 않는 교재’,‘지적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한 일방적인 강의’. 이런 혹독한 평가를 대학들도 부정하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많은 대학이 연구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도 점차 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자신의 교육이념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
이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잘 가르치는 대학’(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한 11개 대학은 단연 돋보인다. 수도권 대학 중에는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가 선정됐다. 지역 대학에서는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 등 7개 대학이 뽑혔다. 이 대학들은 4년 동안 120억 원씩 지원 받는다.

‘잘 가르치는 대학’ 11곳,  그들의 비결

가톨릭대의 교육목표는 ‘윤리적 리더’육성이다. 이를 위해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학사편제를 바꾸고 있다. 융복합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학생지도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비교과영역에서의 학생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강의품질지수 개발’은 강의 평가 점수와 학생 피드백을 반영해 여러 측면에서 강의에 관한 품질관리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립대는 모든 학과에 교육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립대는 외부 인증을 받지 않고 있는 25개 학부(과)에 대해서도 자체 교육인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로 교육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인증제와 달리 교육지원 시스템 등 4개 분야에 걸쳐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서울여대는 인성교육이 주목받기 전부터 인성교육에 매진해 왔다. 바롬짋 인성교육으로 대표되는 서울여대의 교양교육은 공동체에 기반한 것이 특징이다.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전용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서울여대만의 자랑거리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수와 학생은 교육뿐 아니라 취업까지 연계되는 멘토-멘티 관계를 맺게 된다.

지난 2005년부터 학부대학을 운영해 온 성균관대는 이를 확대해 학부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생의 전공 선택 폭을 넓히면서 융복합 교육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문리대학이 신설되면 각 전공은 학문분야별로 교육프로그램만 개설한다. 문리대학 학생들은 복수전공이 의무화된다. 또 전공 이수학점의 4분의 1 ~ 5분의 1은 융복합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아카데미 어드바이저’는 현재 21명에서 2012년까지 1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건양대는 취업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학부교육을 집중한다. 취업 특성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학사제도와 교육과정을 특성화한다. 동기유발학기제는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개강 이후 4주간 전공을 이해하고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대구가톨릭대는 학과 중심의 전공 교육에서 학제간 융복합 전공교육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전공강의가 가능한 외국인 교원을 초빙해 전공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한편 전 교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글로벌 인재양성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세명대는 리더지향에서 한발 물러나 조직에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중간관리자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 왔다. ‘미드필더 메이킹 프로젝트’는 세명대의 교육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학부교육에서 강조되는 ‘피드백’을 의무화하는 ‘빨간펜 제도’도 주목된다. 세명대는 중간·기말고사 직후 1주일을 빨간펜 주간으로 지정했다. ‘졸업생 리콜교육’도 세명대만의 독특한 학사시스템이다.

울산대는 지역특성에 따라 산학협력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학부교육을 ‘산학융합교육’으로 발전시켜 산학융합 교육모델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6개월간의 장기인턴십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울산대는 일류화 학부를 선정해 집중 육성해오고 있다. 조선해양공학부, 생명화공학부에 이어 올해 기계공학계열과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계열을 일류화 학부로 추가 선정했다.

강의도 품질관리 시작했다

신라대는 세계화 흐름에 발맞춰 학생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제 감각을 길러준다. 교양과목 기초영어는 소규모 강좌를 원칙으로 분반당 학생 수를 19.9명으로 줄였다. 외국어 기초교육을 맡고 있는 외국인 교수만 32명이다. 해외취업과 연계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신라대 학부교육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중국 칭다오에 운영 중인 해외 취업교육 거점센터 ‘신라방’을 해외 2개 지역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한동대가 강조하는 ‘工자형 글로벌 창의인재’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시켜 스스로 연구역량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인재상이다. 팀으로 운영되는 ‘담임교수제’는  소규모 대학이기에 가능하지만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 전공과 학년을 섞어 30명이 한 팀을 이룬다. 1년마다 팀원과 지도교수가 바뀌는데 한 학생이 4년간 4명의 교수에게 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팀원들은 생활관도 같이 쓴다. 기숙프로그램(레지덴셜 칼리지)과 연결시켜 교육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한림대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한 정주대학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신입생 300명을 대상으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와 리더십교육을 통해 정주대학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1천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에서 신입생 9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