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연구’실적 경쟁에 뒷전으로 밀렸던 대학교육에 대학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양성에 대학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깔려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잘 가르치는 대학’에 집중 지원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도 교육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교과부는 지난 5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11개 대학을 선정했다. 수도권 대학 중에는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가 선정됐다. 지방 대학은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 등 7개 대학이 뽑혔다.

인재상에 따라 각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융합교육부터 인성교육,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어 교육까지 대학마다 강조점이 다르다.
가톨릭대 교육목표는 ‘윤리적 리더’육성이다. 이를 위해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학사편제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융복합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학생지도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비교과영역에서의 학생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는 모든 학과에 교육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립대는 외부 인증을 받지 않고 있는 25개 학부(과)에 대해서도 자체 교육인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로 교육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인증제와 달리 교육지원 시스템 등 4개 분야에 걸쳐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서울여대의 교양교육은 공동체에 기반한다.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전용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서울여대만의 자랑거리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수와 학생간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전문지식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성균관대는 2005년부터 운영해온 학부대학을 확대해 학부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생의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융복합 교육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문리대학이 신설되면 문리대학 학생들은 복수전공이 의무화된다. 또 전공 이수학점의 4분의 1~5분의 1은 융복합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건양대는 취업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학부교육을 집중한다. 취업 특성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학사제도와 교육과정을 특성화 한다. 동기유발학기제는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개강 이후 4주간 다른 수업 진행 없이 몰입식으로 교육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평생패밀리제는 재학생, 선후배 및 졸업생이 팀을 중심으로 가족체제를 이루고 여기에 평생지도교수가 합류해 졸업 후에도 학생을 지도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어교육도 많은 대학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사진제공= 신라대 홍보실

대구가톨릭대는 학과 중심의 전공 교육과정에서 학제간 융복합 전공교육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전공강의가 가능한 외국인 교원을 초빙해 전공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한편 전 교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글로벌 인재양성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세명대는 중간관리자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 왔다.‘미드필더 메이킹 프로젝트’는 세명대의 교육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졸업생 리콜교육’도 세명대만의 독특한 학사시스템이다. 이밖에 미취업 졸업생들을 위해 ‘졸업생 A/S교육’을 단기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울산대는 학부교육을 ‘산학융합교육’으로 발전시켜 산학융합 교육모델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6개월간의 장기인턴십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조선해양공학부, 생명화공학부를  일류화 학부로 선정한 울산대는 올해 기계공학계열과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계열을 추가로 선정했다.
신라대는 세계화 흐름에 발맞춰 학생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제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양과목 기초영어는 소규모강좌를 원칙으로 분반당 19.9명으로 줄였다. 해외취업과 연계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신라대 학부교육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한동대가 강조하는 ‘工자형 글로벌 창의인재’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시켜 스스로 연구역량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인재상이다. 팀으로 운영되는 ‘담임교수제’는  소규모 대학이기에 가능한 제도로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 전공과 학년을 섞어 30명이 한 팀을 이룬다. 1년마다 팀원과 지도교수가 바뀌는데 한 학생이 4년간 4명의 교수에게 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한림대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한 정주대학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신입생 300명을 대상으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와 리더십교육을 통해 정주대학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1천80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에서 신입생 9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