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가 인간에게 없어선 안 될 세 가지라지만,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먹을 것’과 ‘잘 곳’이다. 특히 대학생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먹고 잘 곳’이다. 부모의 품에서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스무살이 되면 ‘나만의 먹고 잘 곳’을 찾는다. 이제 막 익숙했던 지붕을 떠나는 신입생에게 가장 쉬운 선택은 대학 기숙사다. 학교와 가장 가깝고, 안전하고, 대학생활의 팁을 들려줄 선배가 있는 기숙사. 학생들의 외박에 엄격한 사감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기숙사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숙사에도 글로벌 바람이 불고 있다. 100% 기숙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UNIST(울산과학기술대)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 제공=울산과학기술대(UNIST) 홍보실

기숙사에도 부는 글로벌 바람

글로벌 인재 육성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기숙사도 영어교육의 공간으로 변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과학기술교육대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제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학사 내 모든 공문서와 내부 교육, 상담 업무는 영어로만 진행하며 입사생들에게 ‘영어몰입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과학기술교육대는 외국인 교수 7명과 행정조교 7명을 배치해 기숙사 운영을 총괄케 하고 영어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바람에 한국외대 또한 빠질 수 없다. ‘글로비돔(GlobeeDorm)이라 불리는 한국외대의 영어전용 기숙사는 총 732명이 사용할 수 있다. 부산에 있는 신라대, 동서대, 한국해양대 등도 재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높이기 위해 국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기숙사는 학교 안에 있는 것? 서울대 기숙사는 캠퍼스 안에 있는 관악사와 학교 밖에 있는 교외생활관으로 나뉜다. 서울대 정문에서 버스로 두세 정거장 걸릴 만큼 가까이 있는 아파트를 임대해 교외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방 4개, 욕실 2개, 부엌과 거실이 있는 평범한 아파트는 1인실 2개, 2인실 2개로 6명이 함께 거주한다. 룸메이트를 지정할 수 있으며, 기숙사비 외에 관리비를 6명이 함께 부담한다. 학교 밖에 있어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대 교외 생활관의 매력이다.

대학 기숙사라고 캠퍼스 주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울산대는 지방대학 최초로 서울에 재학생을 위한 기숙사인 ‘울산대 서울청운학사’를 건립했다. 서울에 있는 자매대학에서 수학하는 재학생들을 위해서다. 울산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서울 지역 8개 대학과 ‘학생 맞교환’ 협정을 맺고 연간 150여명을 2학기 동안 원하는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를 위해 그간 아파트를 임대해 제공하다 서울에 기숙사를 지은 것이다. 울산대 서울청운학사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11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를 도서관처럼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강대에는 고시생만을 위한 기숙사 겸 도서관이 생긴다. 서강대는 지난 6월 고시 전용 학습관을 짓겠다고 밝혔다. 고시생 기숙사를 넘어 생활과 공부를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서강대 고시전용 학습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지며, 독서실과 스터디룸, 동영상 강의실, 수면실, 샤워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공간은 사법·행정·외무·CPA(공인회계사)·변리사 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300~400여명이 사용하게 된다.

기숙사 혜택, 졸업생도 누리자 기숙사는 재학생만 사용할 수 있다는 편견은 건국대가 깨버렸다. 건국대는 올해 자교출신 취업준비생 50여명에게 기숙사 입사 자격을 부여했다. 졸업 후에도 학교 주변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다. 졸업생이더라도 이용요금이나 시설사용은 재학생과 똑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반응도 좋다.

대학별 No! 지역별 Yes!

기숙사는 대학별이란 고정관념도 이젠 옛 말이다. 서울 시내에는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향토 기숙사가 곳곳에 있다. 당산동에는 충북학사, 방배동에는 전북장학숙, 신림동엔 강원학사, 대방동에는 전라남도가 지은 남도학숙이 있다. 향토기숙사 열풍엔 기초자치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안암동에, 전북 전주시는 북한산 자락에, 경북 영천시는 신설동에 각 지역 출신 대학생 40~100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강남, 강북 2곳에 기숙사를 운영한다. 충청북도는 서울 뿐 아니라 청주에도 ‘청람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향토 기숙사는 각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매달 10~15만원의 사용비만 받는다. 일종의 향토인재 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또한 고향 선후배가 모여 살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다. 이 때문에 향토 기숙사는 매년 경쟁률이 오를 만큼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박선희 기자 editor@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