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비가 한 달에 40만원이면 자취랑 다를 게 뭐예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A양은 비수도권 출신으로, 통학이 불가능하다. 다음 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는 A양은 요즘 방 구하는 어려움에 눈물이 난다. 새로 개관할 기숙사를 염두에 뒀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으로 한 달에 40만원, 한 학기(4개월)치인 160만원을 한꺼번에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돈이 있어도 합격이 문제다. 재학생은 1만6천여명에 달하는데 수용인원은 고작 750여명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숙방과 자취방을 찾아 나섰지만 재개발로 집값이 오른 대학가에서 보증금 없이 싼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시는 대학에 기숙사 건설비를 지원하는 ‘에듀하우스’ 사업을 다음달 시작한다. 사진은 중앙대 기숙사.

서울지역 대학 중엔 기숙사 수용률이 20%를 넘는 대학이 없다. 비수도권 출신 학생 비율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서울지역 대학의 기숙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국대(14.9%), 서강대(13.1%), 서울대(12.1%)가 그나마 높은 수준이며, 성균관대는 7.4%, 숙명여대는 6.3%에 불과하다(2009년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동덕여대와 상명대는 아예 기숙사가 없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도 문제지만, 비싼 기숙사비도 문제다. 강용성 한나라당 의원이 전국 40개 국립대의 기숙사비(1인실 기준)를 비교·분석한 결과, 서울대를 포함한 5개 국립대의 한 학기 기숙사비가 1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식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제 학생들이 부담하는 기숙사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기숙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K대는 식비를 제외하고 1인실 기준으로 한 학기에 20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비가 세상모르고 뛰는 이유는 민간투자사업(BTO)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자본이 대학 기숙사 건설에 투자하고 일정기간 임대를 통해 투자수익을 환수해가는 구조로 이뤄진다. 대학이 자체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기숙사를 얻을 수 있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캠퍼스 포화와 자금 부족이다. 기숙사를 지을 부지가 없고, 기숙사를 건축할 예산이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학생들의 집단적인 대응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연세대 총학생회는 주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높은 방값과 고시원, 지하방 같은 열악한 환경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요구는 정부 지원을 압박하는 데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토해양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월세비 5만~12만원대의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했다.

서울시는 대학생 전용 기숙사 사업으로 ‘에듀하우스(Edu-House)’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가 대학에 건설비를 지원해 기숙사를 짓는 사업이다. 첫 에듀하우스는 다음달 중앙대 근처 흑석동에서 공사가 시작된다. 서울시는 중앙대 재단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중앙대 학생 150명이 이용할 기숙사를 내년 8월 완공할 계획이다. 중앙대 에듀하우스는 식당과 학습실, 휴식 및 운동시설, 세탁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각 호실마다 샤워실과 화장실, 침대와 책상 등을 구비하게 된다. 서울시는 에듀하우스 사업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생 방값 지원 정책을 벌이고 있다. 경희대와 한국외대가 있는 이문·휘경 뉴타운과 북아현 뉴타운 등 5개 지구에도 임대형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editor@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