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재/Nonexistence] 61.5cm×92cm, Oil on Canvas, 2011. 지석철 홍익대 회화과 교수. 그의 그림처럼 어쩌면 대학은‘부재’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중퇴하고 나간 이들이나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부재의 공간이며, 꿈을 펼치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부재하는미래의공간이기때문이다.‘ 학위’는그런부재의알리바이일수도있다.‘ 학위’는 저 빈 의자처럼 위태롭게 높은 곳에 수직적인 존재로 있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과 함께 퇴적하는 낙엽을 거름 삼아 존재하는 역설이기도 하다. 저 빈 의자의‘부재’처럼‘학위’의 혐의를 벗기려면 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학위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할 것이다.

2013학년도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고3 학생들은 이 수능을 위해 12년을 달려왔다. 왜 이렇게 질주해야 했을까? ‘대학’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왜 가야 하나? 수원 창현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1명에게 물어봤다. ‘대학 진학의 목적’이 뭐냐고. ‘원하는 일을 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하니까’라고 63.4%가 대답했다. ‘대학은 나와야 사람 대접 받으니까’라는 대답은 19.8%,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취직할 수 있으니까’라고 답한 학생은 8.9%, ‘학문적 관심’은 6.9%, ‘부모님이 원해서’라는 대답은 1.0%였다.

‘원하는 일을 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하니까’라는 대답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사회에 이미 진출한 성인들조차 자기 꿈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으리라. 원하는 일(꿈)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에서, 대학이 학생들 개개인의 꿈과 비전을 일깨워주는 가르침과 발견의 장소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대학이 꿈과 비전의 공간이란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가수 양희은, 빅뱅의 대성과 승리 모두 대학을 중간에 그만둔 이들이다. 그리고도 각자의 꿈을 이뤄냈다. 대학을 중퇴했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삶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운 이들을 열거하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성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을 학교 밖에서 배웠다”라고. 그러나 이러한 인물들 외에도 우리는 대학을 나와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얼굴’들 역시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냐 아니냐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학을 선택하든, 다른 길을 선택하든 길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방송을 마친 「공부의 신」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학벌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는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자식을 일류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주 시청자인 부모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였다. 주인공 강석호 변호사(김수로 분)가 마지막회에 했던 대사가 음미할 만하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합격했든 안 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러분은 이미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부다. 진정한 공부란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대나무> 17호는 ‘학위’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웠다. 학위(대학 진학)의 의미를 고3 학생들과 대학 3~4학년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에서 기업이 학위를 요구하는 이유도 짚었고, 학위 취득까지의 비용, 학위 유무에 따른 연봉의 차이 등 사회적 실태까지 데이터로 추적했다. 또한 ‘초등학교 졸업’이란 딱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도전적인 삶을 통해 비전이 무엇인지 공유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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